단독 

해병대 1광수대장 “경찰 수사단계서도 외압 있을테니 투명한 사건처리 부탁”

강연주 기자

법원·공수처에 ‘경찰 이첩’ 상황 진술

“대통령·장관 지시, 수사외압 느껴져

비슷한 우려를 경북경찰청에도 전달”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달 8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달 8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모 상병의 순직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해병대 1광역수사대장(1광수대장·중령)이 ‘채모 상병 사건에서 혐의자를 제외하라는 대통령 및 장관의 지시가 수사외압으로 느껴졌고, 비슷한 우려를 경북경찰청에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법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1광수대장은 해병대의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당사자다.

3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박정훈 대령 측은 지난달 수원지법 재판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1광수대장의 사실확인서를 수사 외압의 주요 근거 자료로 제출했다. 박 대령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보직 해임된 뒤 불복해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취소소송을 제기한 터였다. 제출된 사실확인서는 1광수대장이 공수처 조사를 받은 뒤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공수처는 지난달 해병대 1사단을 방문조사하는 과정에서 1광수대장도 조사했다고 한다.

1광수대장은 사실확인서에서 해병대 수사단이 특정한 채 상병 사건 관련자 명단을 변경하라는 국방부의 지시와, 포항지청 관계자가 군검사에게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연락한 내용 등을 언급하며 “1사단장 사촌동생이 ○○지청 검사장으로 근무했다는 것과, 1사단장이 일부 국방위원들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대통령 및 장관의 지시가 더욱 수사외압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1광수대장은 지난 7월31일 오후 4시경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중령)으로부터 ‘대통령이 이런 일(채 상병 사망사건)에 사단장이 포함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겠냐. 군의 사기는 어떻게 되겠냐라며 해병대 1사단장 소장 임성근을 관계자(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1광수대장은 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인계하는 지난 8월2일까지 수사외압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8월2일은 국방부 검찰단이 사건기록을 회수한 날이자, 박정훈 대령이 보직 해임된 날이기도 하다. 당시 1광수대장은 사건 인계를 위해 경북경찰청으로 가던 도중 자신의 메신저 대화방에 ‘경찰 수사단계서도 외압 있을 것, 투명한 사건처리 부탁’ ‘피혐의자 중 국회의원, 검사장 통해 외압 (가능성)’ 등을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1광수대장은 사실확인서에 “사건 인계시 설명할 내용을 간략히 휴대전화에 메모했다”고 밝혔다.

1광수대장은 국방부가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회수할 무렵의 상황도 적었다. 1광수대장은 “(경찰 관계자에게 회수 사유를) 물어보자 ‘국방부검찰단에서 요청이 왔지만 지휘부에서 결정하는 상황이라 본인이 말하기가 어렵다’는 취지로 이야기해서 (해당 경찰관도) 상황이 난처하겠다는 생각에 ‘알겠다’라고만 이야기했다”고 기재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사실확인서를 종합해 심리를 진행했으나 박 대령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다만 본안 재판이 진행 중이고, 공수처가 박 대령을 둘러싼 수사 외압 의혹의 수사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공수처 특별수사본부는 채 상병과 함께 수색 과정서 급류에 휩쓸렸다가 생존한 병사의 고소 사건과 관련해 이들이 소속됐던 중대의 카카오톡 대화방 파일을 확보했다. 이 생존병사는 지난 25일 고소인 조사 때 해당 파일과 자신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최종 진단서도 공수처에 제출했다고 한다. 앞서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관련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에 따르면 해당 대화방에서 한 간부가 “안전 재난수칙에 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물이 장화에 들어가면 보행할 수 없다”고 건의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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