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왜 심해지나

심혜리·박효재 기자

학교별 성적 공개로 가속… 우열반 편성 장려도 문제

학교나 교사의 학생 차별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늘 고달팠다. 하지만 학교별 성적 공개로 학교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우열반 편성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차별은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다.

2008년 도입된 학교정보 공시제도로 지난해부터 전국의 학교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성적과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을 공개하게 됐다. 전국 학교가 성적을 기준으로 1등부터 꼴등까지 한 줄로 서게 된 것이다. 교육 수요자들은 ‘공부 잘하는 학교’와 ‘못하는 학교’를 구분해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은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도 야간 자율학습과 정규수업 전 0교시 수업, 문제풀이 등에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교육당국이 ‘수준별 이동수업 내실화’를 강조하며 우열반 편성을 장려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수준별 수업은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며 “현 정부는 비교육적 줄 세우기와 차별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누리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간사는 “반드시 우열반을 만들지 않더라도 학생들의 적성과 학습성향을 고려한 효과적 교육방안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적에 따른 차별이 고교에만 퍼져 있는 것도 아니다.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 등의 증가로 고입 경쟁이 격화하면서 중학교·초등학교 단계로도 차별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둘째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했다는 한 학부모는 “외국어고나 과학고 합격생을 많이 배출해야 명문으로 소문나기 때문에, 중학교 선생님들도 공부 잘하는 아이만 감싸고 도는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오로지 명문대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 되면서 학생들을 성적으로만 구분하게 되고 차별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같은 학교 내에서도 학년 간 차별이 존재하기도 한다. 지난해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한 서울 ㅇ고의 3학년 민모양(18)은 “선생님들이나 학교 측에서, 자율고로 바뀐 뒤 들어온 1학년과 이전 일반고일 때 들어온 2·3학년을 차별한다”고 말했다. 민양은 “1학년에는 명문대를 나오거나 잘 가르치기로 소문난 선생님을 배치하고, 급식도 1학년을 먼저 먹게 한다. 2·3학년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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