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칸막이 점심 대신 자연에서 친구와 뛰어놀고 먹고…”

서울시교육청·전남도교육청 ‘농촌유학’ 프로그램

지난해 전남 곡성군 오산초등학교에서 농촌유학에 참여한 서울 학생들과 지역 학생들이 함께 텃밭 가꾸기 체험을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농촌유학에 참여한 서울 학생들과 지역 학생들이 함께 김치를 담그고 있는 모습. 오산초 제공

지난해 시작, 올해 223명이 소규모 초·중교 43곳 ‘일시 전학’
생태·맞춤 교육 “스마트폰 저절로 멀어져”…지역 활성화도

전교생이 1000명 넘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던 정재희양(9)은 올해 3학년 새 학기를 맞아 전남 곡성군 죽곡초등학교로 1년간 ‘유학’을 왔다. 죽곡초는 전교생이 36명, 3학년 전체 학생이 6명뿐인 작은 학교다.

등교 3주차를 맞은 재희의 학교생활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쉬는 시간과 급식실이 생겼다는 것이다. 서울 학교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1학년 내내 원격수업을 했고, 2학년 때는 대면수업을 했지만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점심은 칸막이가 쳐진 교실 책상에서 혼자 먹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친구들 6명이 책상을 동그랗게 붙여 놓고 수업을 하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자유롭게 뛰논다. 점심은 급식실에서 다 함께 먹는다. 피아노와 태권도 학원에 다녀와 집에서 유튜브를 보던 서울 생활과 달리, 지금은 학교에서 도자기 만들기 같은 방과후 활동을 한 뒤 집에 오면 가방만 던져 놓고 밖으로 뛰어나가 논다.

재희 어머니 박혜연씨(44)는 “2020년 입학한 재희가 코로나19 때문에 학교 생활을 즐기지 못했는데 여기서 스마트폰도 덜 보고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희는 서울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이 지난해부터 함께 실시하는 ‘농촌유학’ 프로그램 참가자다.

서울시교육청은 2022년 1학기 농촌유학 참가 학생 223명이 전남 소재 소규모 초·중학교 43곳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고 15일 밝혔다.

농촌유학은 서울 소재 초등학생들이 전남 구례·순천·곡성·화순 등 농·산·어촌 소재 재적 수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에 전학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 학생들에게는 생태친화적 자연환경 속에서 개별적으로 맞춤형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전남은 서울 학생과 그 가족들을 받아 작은 학교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참가 학생들은 최소 6개월, 최대 1년간 학기 단위로 학교 근처 마을에서 지내며 학교를 다니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이 참가 학생들에게 임대료·숙식비의 일부를 지원한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다는 게 서울시교육청 설명이다. 농촌유학에 참여하는 학생 수는 사업이 시작된 지난해 1학기 81명에서 이번 학기 223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가족들이 함께 농촌으로 이주해 생활하는 가족체류형이 196명으로 가장 많고, 전남도교육청이 선정한 농가에서 생활하는 홈스테이형이 10명, 지역 유학센터에서 공동으로 생활하는 지역센터형이 17명이다. 2021년 1학기 신청자 81명 중 57명(70.3%)이 한 학기를 연장해 1년 동안 농촌에서 생활했고, 2학기 신규 신청자 90명 중에서는 55명(66.1%)이 한 학기를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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