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지에 파묻은 AI 오리…일부는 뛰쳐나와 돌아다녀

배명재 기자

전남 나주 장동리서

전남 나주시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을 받은 오리를 구석기 유적지에 묻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매몰 과정에서 일부 오리가 뛰쳐나와 들판을 돌아다니다 죽은 것으로 밝혀져 허술한 방역활동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2일 나주시에 따르면 시는 동강면 장동리 강모씨 농장 오리 일부가 지난 9일 오후 AI 확진 판정을 받자 이 일대 4개 농장 오리 5만5000여마리를 12일 오후까지 모두 묻었다.

그러나 매몰지는 2006년 구석기 유적지로 지정된 구릉지. 유적이나 유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땅 생김새가 구석기 지층이라는 판정이 내려져 유적지로 지정됐다. 이곳엔 동판에 ‘장동리 구석기 유적’이라 쓴 안내판까지 세워져 있다. 마을로부터는 50m가량 떨어져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빨리 묻으라는 정부 지시에 따라 묻을 장소를 찾았으나 적당한 곳이 없어 마을 이장과 협의한 후에 마을 앞 구릉지에 묻은 것”이라면서 “매몰 작업을 시작할 때는 야간이어서 유적지인 줄도 모르고 묻었다”고 말했다.

특히 매몰처리 과정에서 40여마리의 오리가 탈출, 인근 눈 덮인 농경지를 돌아다니다 농수로에 빠져 죽은 채 발견됐다.

김모씨(47)는 “밤에 오리를 자루에 담지도 않고 그냥 차에 실어다 묻으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오리가 떼를 지어 돌아다니다가 일부는 죽고, 멀리 달아난 오리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서모씨는 “인근 농가들이 모두 지하수를 먹고 있는데, 식수 오염이 걱정된다”면서 “아무리 다급해도 이렇게 두서없이 일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윤지향 나주시 학예연구사는 “적절한 장소를 구하지 못해 그런 일이 일어났지만, 유적지를 훼손한 일은 잘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현장조사를 한 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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