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인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국민도 ‘무한 신뢰’한 코로나 방역사령관

이혜인 기자
사진 | 오마이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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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T 전략 도입해 확산 지연시켜
차분한 성격에 전문성까지 갖춰
가감 없는 현장정보 전달도 장점

“질병관리본부장(현 질병관리청장) 정은경입니다. 검역단계에서 해외유입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하여 이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19의 해’로 역사에 기록될 2020년의 중심에는 정은경 청장이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그가 주재한 공식 브리핑만 147회에 달한다. 국민들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밑돌 때도, 1000명 넘게 폭증할 때도 한결같이 침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투명하게 알리는 정 청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경향신문이 ‘올해의 인물’로 정 청장을 선정한 것은 K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 아니다. 3차 대유행의 한복판에 놓인 지금, 우리는 K방역의 성공모델에 도취돼 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닫고 있다. ‘방역사령관’으로서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최전선에서 이끌어온 그의 지난 1년은 각자의 일상에서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우리 모두의 한 해를 상징한다.

초기 유행 상황에서 대규모 확산을 잘 억제할 수 있었던 3T(진단검사·역학조사·환자관리) 전략이 빠르게 도입된 데는 정 청장의 역할이 컸다. 아직 국내에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1월 초부터 해외 감염병 발생상황을 학계와 공유하고, 진단검사의학회와 검사 시스템을 준비한 덕분이었다. 정 청장은 코로나19 전파 특성과 전파력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던 발생 초기부터 “의료기관 방문 시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며 마스크의 중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2009년 당시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이던 정 청장과 신종플루 대응을 함께 맡았던 김진석 식품의약품안전처 기획조정관은 “정 청장은 차분한 성격”이라며 “당시 갑자기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등 큰일이 터져도 사실 중심으로 냉철하게 바라보는 ‘플루 파이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현장의 목소리를 더하거나 빼는 것 없이 의사 결정자에게 보고한 것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정 청장의 코로나19 브리핑에 국민들이 귀를 기울인 것은 그가 정책결정권자일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가감 없이 정보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유행 규모와 확산 속도는 역학조사, 검사, 격리조치 등 방역조치로만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8월21일 브리핑), “거리 두기 강화에도 유행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12월26일 브리핑)는 등 확산 위험도를 감추지 않고 전달한다. 무증상 감염, 재양성, 변이 바이러스 등 병의 특성과 관련된 정보를 답하는 데도 막힘이 없다. 그를 잘 아는 복지부의 한 간부는 “(정 청장은) 학습량이 엄청나고 모든 디테일을 알고 있는 분”이라며 “메르스 때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항상 업무현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요한 방역대책 사항을 결정할 때 방역 전문가인 정 청장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 등 여러 조직이 존재하다보니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2020년 말, 우리는 예상치 못했던 3차 대유행의 큰 파도를 맞고 있다. 백신과 관련된 희망찬 뉴스들이 계속 나오지만, 내년까지는 코로나19의 시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도 정 청장의 어깨에 걸린 책임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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