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백신 희망자 줄 섰는데…멀쩡한 백신 폐기 왜?

이홍근 기자

‘AZ 백신 개봉분 1차 접종에 사용 금지’ 6월 지침이 원인

수급 불안정 탓 접종주기도 일치 안 해…“지침 개선할 것”

경기 용인의 한 위탁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는 최근 관할 보건소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1회분을 폐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2차 접종도 AZ 백신을 맞겠다’는 50대 남성 B씨의 요구로 보건소에서 AZ 백신 1바이알(12회분)을 받았는데, A씨에게 접종한 1회분 외 나머지 11회분을 전량 폐기하라는 지시였다.잔여백신 접종 희망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곧바로 접종해도 문제가 없는 코로나19 백신이 폐기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는 백신 품질에 문제가 없더라도 AZ 백신 개봉분은 ‘1차 접종에 사용하지 말라’는 질병관리청의 지침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연령층으로 AZ 백신 1차 접종 대상자를 제한하던 지난 6월 만들어진 지침이 지금까지 유지되면서 접종에 쓰일 수 있는 백신마저 폐기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소가 A씨에게 백신을 폐기하라고 지시한 것도 지난 6월 만들어진 ‘위탁의료기관 2차 접종 시행지침’에 따른 것이다.

AZ 백신은 한번 개봉되면 6시간 이내에 소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용하고 남은 백신은 잔여백신으로 등록돼 이 시간 내에 접종이 가능한 시민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그럼에도 A씨가 폐기한 사례처럼 품질에 문제가 없는데도 1차 접종 분량으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고, 이 같은 사실은 질병관리청도 파악하고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국내 백신 접종 시작 후 폐기 현황’을 보면, 지난 2월26일부터 7월1일까지 백신 8886회분이 폐기됐다. 접종에 쓸 수 없는 ‘온도 일탈’로 폐기된 백신이 7667회분(86.2%)으로 가장 많았지만, ‘접종과정 오류’에 따른 폐기도 113회분이었다.

이처럼 접종 가능한 백신이 폐기되는 것은 수급 상황이 불안정한 여러 백신들 간에 1차와 2차 ‘접종 주기’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서는 1~2차 접종 사이의 기간을 AZ는 8~12주, 화이자는 3주, 모더나는 4주를 권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지침이 만들어진 6월 말까지만 해도 50대 미만의 AZ 접종은 금지돼 있었고, 50대 이상도 2차는 mRNA 백신(화이자·모더나)으로 바꾸려던 중이라 해당 백신을 맞을 대상군이 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12일부터 60~74세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AZ 1차 접종이 다시 시작되는 만큼 멀쩡한 백신을 폐기하지 않도록 지침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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