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손님 끊긴 호프집 “밤 9시 영업 단축, 이런 데는 다 끝장”

김흥일·반기웅 기자

자포자기한 상점들 “그런다고 2차 술 자리 사라지겠나”

풍선효과 우려…실제 ‘3인 불가’라던 숙박업소 “요령껏”

백신 완료 4인 가능 조치엔 “젊은층 이제 맞는데…술수”

<b>텅텅</b> 수도권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연장 조치에 따라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이 1시간 당겨진 2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서 한 식당 주인이 오후 9시가 되자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텅텅 수도권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연장 조치에 따라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이 1시간 당겨진 2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서 한 식당 주인이 오후 9시가 되자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오후 9시로 영업 단축하면 자영업자 다 죽네’ 뭐 이런 얘기 기사로 나오면 뭐해요. 정부는 ‘뭐 어쩌라고’ 하는데.”

2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걷고 싶은 거리’에서 감성술집을 운영하는 고모씨(44)는 한숨을 쉬면서 이같이 말했다.

영업시간 단축 첫날인 지난 23일 저녁 비 내리는 홍대 거리는 인적이 드물었다. 음식점과 카페, 술집이 몰려 있는 서울 관광경찰대 인근 골목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오후 8시쯤 들른 한 호프집에는 10개의 테이블 중에 1개를 빼고 모두 비어 있었다. 그나마 대로변에 있는 고깃집은 술집보다 사정이 나아 보였다. 20개 남짓 좌석을 구비한 소금구이집에는 전체 테이블 가운데 절반가량이 손님으로 차 있었다.

같은 업종이어도 파는 메뉴에 따라 온도 차가 느껴졌다. 포장이나 배달 매출이 있는 음식점과 ‘1차 손님’이 주로 찾는 술집은 그나마 활기가 돌았다. 그러나 ‘2차 손님’이 주고객인 호프집은 영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고씨는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 하면 여기 이런 2차로 먹는 호프집 있죠. 그런 데는 그냥 끝났다고 보면 돼요. 여기 실질적으로 먹고 하는 사람들은 주변 직장인들이에요. 그런 사람들 다 막아버리니까 안 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문모씨(44)의 상황도 비슷했다. 방역당국의 이번 조치로 저녁 식사 후 호프집을 찾는 직장인 손님들을 잃었다.

문씨는 23일 하루 통틀어 겨우 두 테이블을 받았다. 한 달 매출은 500만원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75% 정도 감소했다. 함께 일하던 직원 2명도 내보냈다. 문씨는 호프집 장사를 막는다고 해서 2차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손님들이 다른 곳을 찾겠죠. 한강 둔치나 숙박업소로 간다고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문씨의 우려대로 풍선효과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기자가 ‘여럿이서 함께 방을 잡겠다’고 연락한 홍대·신촌 숙박업소 6곳 가운데 2곳에서 “요령껏 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3인 이상 입실 불가’라며 어길 시 ‘퇴실’이라고 공지한 내용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신촌의 한 숙박업소 관계자는 “방을 2개 잡고 (방을) 왔다 갔다 한다”며 “우리가 알게 3명이 같이 있으면 안 되고, 그냥 알아서 하는 건 괜찮다”고 말했다. 다른 숙박업소 관계자 역시 “객실을 따로 잡고 손님이 뭘 하는 건 우리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 단축과 함께 적용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센티브에 대해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주고객층인 3040세대가 1차 접종을 시작한 시기에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규제를 완화해봤자 이렇다 할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이재인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백신을 완료한 사람에 한해 4인 영업을 할 수 있다는데 30~40대 중에 백신 맞은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며 “영업시간 제한에 따른 부작용을 감추기 위한 술수”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9시가 되자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인근 버스 정류장에는 30명이 넘는 긴 줄이 생겼다. 지하철 2호선 합정 방향 플랫폼에도 열차 출입문 한 개당 8명 가까이 줄지어 서 기다렸다. 드문드문 오가던 행인마저 빠져나가자 홍대 인근 걷고 싶은 거리에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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