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대유행 부른 정부의 ‘3가지 오판’

김향미·이창준 기자

① 백신 효과 과신…신규 확진 이틀 연속 7000명대

② 병상 확보 부실…위중증 조만간 1000명대 예측

③ 인원·영업시간 동시에 완화…일상회복 준비 부족

의료진도 마주 보고 검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이틀째 7000명대를 기록한 9일 오전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있다. 의료인력도 주변의 접촉자 증가에 따라 수시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의료진도 마주 보고 검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이틀째 7000명대를 기록한 9일 오전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있다. 의료인력도 주변의 접촉자 증가에 따라 수시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코로나19 신규 확진 규모가 9일 이틀 연속 7000명대를 기록하고 위중증 환자(857명)도 1000명대를 향해 가고 있다. 9일 오후 9시까지 전국에서 5803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아 10일 신규 확진자는 7000명대 중반을 넘어 8000명에 육박할 수도 있다.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9일간 450여명이 코로나19로 생을 마쳤다. 코로나19 방역지표가 이렇게까지 악화한 것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하면서인데, 결국 정부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상회복에 들어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5차 대유행은 병상 준비 부족, 백신 효과에 대한 오판, 섣부른 방역 완화 등 정책 실패가 빚어낸 결과나 다름없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팀이 지난 8일 공개한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유행예측’을 보면 현 유행 상황이 지속(감염재생산지수 1.28)될 경우 이달 15일쯤 신규 확진자는 6846명, 22일에는 8729명, 31일에는 1만2158명에 이른다. 중환자 수는 15일 994명, 22일 1272명, 31일 1767명까지 늘어난다. 거리 두기 4단계 수준을 적용할 경우(감염재생산지수 0.77)에도 중환자 수는 15일 930명, 22일 975명, 31일 940명으로 예측됐다. 4차 유행 이후 치명률도 상승세(8월 0.41%→11월 0.94%)다.

이런 위기가 닥친 데는 당국의 정책적 판단 및 실행에 있어 3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병상 확보 문제다. 전문가들은 겨울철엔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고 고령층의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 이전에도 응급실·중환자실 병상이 빠르게 찼기 때문에 중환자 병상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일상회복 시작 후 지난달 수도권·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국립대병원 등에 순차적으로 대규모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병실 개조 공사 등에 최소 3~4주 시간이 소요됐다.

재택치료는 응급환자 이송체계나 건강 모니터링 체계가 뒤늦게 구축되면서 환자나 동거인들의 불안·불편이 컸고, 선택권이 주어졌던 11월 한 달간 재택치료를 크게 늘리진 못했다. 그사이 확진자 대비 위중증 환자 발생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지난달 중하순 무렵 중환자 병상이 동이 나기 시작했다. 이날 0시 기준 수도권에서 1일 이상 병상 배정을 대기하는 사람은 1003명에 달한다.

둘째, 백신 효과를 과신한 영향이 적지 않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 시점을 ‘인구 70% 백신 접종완료’ 시점과 결부 지어왔다. ‘K방역’의 성과로 애초 전체 인구 대비 감염력을 가진 인구가 너무 낮은 상태였고, 델타 변이가 우세 변이가 되면서 백신만으로는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특히 백신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떨어져 60세 이상 확진자 비중이 20%대에서 30%대로 뛰면서 중증화율이 높아졌다. 추가접종(3차 접종) 간격을 단축했지만, 현재 대상자 대비 추가접종률은 28.5%에 그친다.

정부도 백신 효과에 대한 오판을 인정했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일상회복을 하면서 1만명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예상 시나리오가 있었으나,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백신 효과가 6개월 갈 줄 알았으나 3~4개월 만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세 번째 문제는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에서 영업시간이나 사적모임 인원, 행사·공연장 허용 인원 등 방역을 한꺼번에 완화한 것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손실 등 사회적 피해가 누적된 상황이라 일상회복을 더 미룰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다만 방역조치를 일시에 풀지 않고 조정이 가능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가 사실상 경제적 피해에 대한 재정지원에는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의료계가 부담할 수 있을 것으로 오판한 측면이 있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 수를 억누르지 않으면 보건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며 “정부가 영업시간 제한 등 강제적 방역조치를 다시 도입하려면 (충분한) 재정정책을 씀으로써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