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관련 책임 망각한 듯한 화법에 비판 쏟아져
국민의힘도 방어 포기…“윤 대통령에 부담주지 말라” 질책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사진)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도 연일 백 청장에게 쓴소리를 하고 있다. 여당은 정부 입장을 배려하며 방어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국민의힘도 백 청장을 성토했다.
쟁점은 백 청장의 ‘화법’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표현했다. 백 청장은 코로나19 등 질병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기관의 장인데, 관련 질의에 마치 직분을 망각한 듯한 답변을 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백신 피해 국가책임제’에 대해 물었을 때 내놓은 답변이 대표적인 예다. 최 의원이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백신 피해를 반드시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말씀하신 것 아느냐”고 묻자 백 청장은 “언론에서 봤다”고 답했다. 백 청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했기 때문에 공약 실행 방법을 찾거나, 적어도 내용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 당사자인데 이같이 답변한 것이다.
질병청의 최종 책임자인데 마치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답도 논란이 됐다. 백 청장은 지난 9월 질병청이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건에 대한 질의에 “제가 보고받기에는…”이라고 단서를 붙여 답했다. 한 30대가 백신 이상반응 피해를 보상하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 법원이 “보상하라”고 판결한 사안이다. 또 다른 백신 이상반응 피해 주장 건에 대해서도 “제가 보고받지 못해서 답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보고’를 이유로 댔다. 신현영 의원이 “법원 판결 항소를 본인이 결정한 것 아니냐”고 확인하자 “질병청 내부에서 논의했고, 말씀하신 대로 제가 최종 결정권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비슷한 일은 국감 첫날인 5일에도 있었다. 백 청장이 공직 취임 후에도 바이오·제약 관련 주식을 보유한 사실에 대한 질의가 쇄도했는데, 특히 백 청장이 주식을 매각하면 인사혁신처의 직무관련성 심사를 안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백 청장은 ‘직무관련성 심사를 계속 받는다’는 이야기를 “직원에게 들었다”고 했다.
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이 정도면 해임촉구결의안을 (발의)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사실상 방어를 포기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책임감도 없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진정성이 없다. 우리 윤석열 대통령, 여당 의원들에게 너무 부담주지 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