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태씨 설립 부일장학회, 5·16 이후 소유권 바뀌어…‘강탈’ 논란

정환보·박홍두 기자

정수장학회 무엇이 문제인가

MBC 민영화 계획 구상의 핵심에 있는 정수장학회의 역사는 1958년 부산 지역의 대표적 기업인인 고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부터 시작한다. 부일장학회는 설립 이후 4년 동안 총 1만2364명에게 17억7000만환의 장학금을 지급한 대표적 사회공헌 단체로 이름이 알려졌다. 김씨는 1960년 4·19 혁명 당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부산일보에 눈에 최루탄이 박힌 김주열군의 주검 사진을 싣는 등 언론사주로서도 유명했다.

그러나 1961년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나면서 부일장학회는 이듬해 5·16장학회로 이름이 바뀌었고 김지태씨는 소유권을 모두 빼앗겼다.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정수장학회 사무실.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정수장학회 사무실.

부일장학회의 소유권 이전 과정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논란의 핵심이다.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요구하는 이른바 ‘혁명자금’을 거부했던 김씨는 1962년 3월 재산해외도피 혐의 등으로 중앙정보부에 체포됐다. 2개월여간 구금생활을 하다 부일장학회와 부산일보·MBC·부산MBC의 운영권 포기각서를 쓰고 나서야 풀려났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이를 ‘헌납’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김씨의 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는 ‘강탈’로 보고 있다.

5·16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등이 이사장과 이사진을 도맡다시피하며 운영됐다. 초대 이사장인 이관구 전 재건국민운동본부장을 시작으로 엄민영 전 내무부 장관, 박 전 대통령의 친구인 최석채 전 MBC 이사가 뒤를 이었다.

김지태씨 설립 부일장학회, 5·16 이후 소유권 바뀌어…‘강탈’ 논란

박 전 대통령 사후 5공화국이 들어섰고 1982년 5·16장학회는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바꿨다. ‘정수’는 박 전 대통령 내외의 이름에서 각각 ‘정(正)’자와 ‘수(修)’자를 따와 지은 것이었다. 간판은 바꿔 달았지만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의 동서인 조태호 전 MBC 이사, 김창환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관장 등 측근들이 계속 물려받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1995년 이사장직에 올랐다. 박 후보는 이후 10년간 장학회 이사장직을 유지하며 2억5000여만원을 수령했는데 정식 급여 이외에 과다하게 지급된 섭외비와 상근직 수행 여부 등으로 지금까지 논란을 빚고 있다.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 요구가 거세게 일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무렵이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2004년 8월 당내 진상조사단을 꾸려 환수 압박에 나섰고, 이해찬 국무총리가 그해 연말에 정부차원의 진상조사를 공언하면서 정치쟁점으로 증폭됐다. 이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위원회의 부일장학회 강제헌납 사건 조사로 이어졌다.

진실규명위원회는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지시로 김지태씨를 수사했다는 사실과 구속 상태에서 강압에 의해 작성된 기부승낙서에 서명을 한 사실 등을 밝혀냈다.

2007년에는 대통령 직속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국가 공권력의 강요에 의해 김씨가 재산을 국가에 헌납한 것이 밝혀진 이상 국가는 피해자에게 그 재산을 원상회복함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수장학회의 재산 환수나 환원 조치는 없었다.

2005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정수장학회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비화하자 박 전 대통령의 의전비서관을 지낸 리비아 대사 출신의 최필립씨에게 이사장직을 넘겼고 최 이사장은 현재까지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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