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발생 후 ‘골든타임’ 45분간…대통령실·행안부는 없었다

박하얀 기자

참사 당일 타임라인 분석

“사고 발생 후에 충분하고 적절한 보호 조치가 이뤄졌다면 사망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는 시간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참사 당일 23시로 보고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골든타임’을 처음 언급했다. 특수본은 사고 발생 이후 45분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용산소방서 등의 구호조치가 적절했는지 따지고 있다.

그러나 골든타임은 소방에만 따질 문제가 아니다. 28일 경향신문은 이태원 참사 한 달을 맞아 언론 보도, 소방 무전 기록, 정부 발표 자료,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 등을 토대로 참사 당일 오후 10시15분부터 11시까지 타임라인을 정리했다.

10월29일 오후 6시34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가 처음 접수됐다.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를 우려하는 112신고가 총 11건 쌓였지만 제대로 된 현장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사고 발생 시점으로 추정되는 오후 10시15분, 이태원에서 “압사당하게 생겼다”는 내용의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서울종합방재센터는 오후 10시17분 관할 용산소방서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이어 1분 후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상황실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같은 시각 종로소방서 소속 종로119안전센터 구급차가 현장으로 출발했다.

소방 무전기를 타고 경찰의 출동을 촉구하는 외침이 이어졌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오후 10시26분 서울시 재난통합상황실에, 오후 10시29분 용산구청 상황실에 유선으로 사고 상황을 알렸다.

오후 10시32분 소방당국은 위급한 출동 지령을 뜻하는 ‘코드0’를 발령했다. 3분이 지난 오후 10시35분 용산소방서 지휘팀장이 현장에 도착했다.

당일 이태원 일대 마약 단속을 위해 투입된 용산경찰서 강력6팀은 사고 발생 22분 뒤인 오후 10시37분 현장 출동 지시를 받았고, 오후 10시44분 현장에 처음 도착했다.

형사 인력이 사고 현장을 마주하기까지 소방 무전기에선 심폐소생 실시 인력과 현장 통제 인력 충원을 독촉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출동한 종로119안전센터 구급차가 오후 10시42분 현장에 도착했다.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은 오후 10시4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일상적 사고에 발령되는 단계로, 한 개 소방서의 소방력이 동원된다.

골든타임을 15분 남짓 남긴 이후에야 행안부와 대통령실은 사고를 인지했다.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은 오후 10시48분 소방청으로부터 첫 참사 보고를 받았다. 이 무렵 용산서 추가 인력이 현장에 출동했다.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오후 10시51분 상인에게 문자를 받고 참사를 처음으로 인지했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은 오후 10시53분 소방청 상황실로부터 참사를 최초 보고받았다. 같은 시각 행안부는 재난관리시스템(NDMS)을 통해 서울시와 용산구에 ‘재난문자방송 송출(필요시)’이라는 상황 전파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 경비 경력은 이때까지도 투입되지 않았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오후 10시56분 서울경찰청에 경력 투입을 유선으로 요청했다.

행안부 상황실은 오후 10시57분 관련 국·실 과장, 팀원 등 내부 직원들에게 1단계 긴급 문자를 전송했다. 10시59분.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현장에 도착해 “긴급 구조활동 보조 및 현장 통제, 긴급 의료 지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골든타임은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갔다.

참사 후 45분. 이 시간 동안 ‘재난 대응 최고책임기관’인 대통령실, 행안부를 비롯해 ‘재난 예방 1차 책임기관’인 서울시 등은 현장에 보이지 않았다.

오후 11시1분 윤석열 대통령이 사고를 보고받은 뒤 이상민 행안부 장관·오세훈 서울시장(11시20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11시36분), 윤희근 경찰청장(30일 0시14분) 순으로 참사를 인지했다.

특수본은 골든타임 전후로 경찰, 소방 등 현장 대응기관이 적절히 대응했는지 수사 중이다.

전문가들도 수사기관이 골든타임에만 매여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문현철 숭실대 대학원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이전부터 위험 징후가 많이 있었던 만큼 (첫 신고가 들어온) 당일 오후 6시쯤부터가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하며 강제성 있는 조치를 당국이 취하도록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규정했다”며 “기초지자체, 광역지자체, 행안부 등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문제점을 하나하나 찾아나가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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