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백화점서도 ‘묻지마 흉기 난동’ 중상 12명 등 14명 다쳐…시민 ‘패닉’

김태희·전지현·이유진 기자

신림역 사건 2주 만에…차로 사람들 친 뒤 내려서 범행

<b>현장 통제 후 감식</b>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3일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 경찰들이 사건 현장을 통제한 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현장 통제 후 감식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3일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 경찰들이 사건 현장을 통제한 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3일 오후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14명이 다쳤으며 이 중 12명이 중상이다. 용의자는 최모씨(22)로,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마 범행으로 분석된다. 불과 2주 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도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던 만큼 ‘나도 당할지 모른다’는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55분쯤 분당구 AK플라자 인근에서 ‘불상의 남성이 서현역 AK플라자에서 사람들을 찔렀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이 남성은 AK플라자 내로 들어서기 전 경차로 인도를 지나던 시민들을 들이받았다. 이후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차에서 내려 흉기를 휘둘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날 6시5분쯤 최씨를 범행 현장 인근에서 체포했다. 현재 최씨의 단독 범행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최씨는 배달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범행 동기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은 채 “불상의 집단이 나를 청부살인하려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가 피해망상 등을 주장했다”며 “마약 간이검사 결과 음성이지만 정확한 감정을 위해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흉기 난동으로 모두 14명이 다쳤다. 차량 돌진으로 인한 피해자가 5명, 칼부림으로 인한 피해자가 9명이다. 부상자들은 분당제생병원, 차병원, 서울대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이번 범행은 지난달 21일 신림역 사건에 이은 ‘묻지마 범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현역 일대는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많으며 약속 장소로도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성별·연령 구별 없이 칼 휘둘러…‘아수라장’ 된 퇴근길

서현역 인근 ‘흉기 난동’…20대 배달업 종사자 체포

용의자 ‘피해망상’ 주장…경찰의 마약 간이 검사선 음성 나와
경찰청장 “사실상 테러행위”…잇단 ‘살인 예고’ 등 불안 가중

흉기 난동 전 용의자가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들이받은 차량. 조태형 기자

흉기 난동 전 용의자가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들이받은 차량. 조태형 기자

용의자가 차량으로 돌진한 곳은 버스정류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을 저지른 시간은 통상 직장인들이 퇴근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피해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용의자는 연령대나 성별과 관계없이 닥치는 대로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차량 돌진으로 부상을 당한 5명 중 여성은 3명, 남성은 1명이다.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아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령대는 20대와 60대가 각각 2명이다. 이들 중 60대의 한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으나 다행히 의식을 찾았다.

최씨의 칼부림으로 다친 9명은 남성 4명, 여성 5명이다. 연령별로는 20대 5명, 40대 1명, 50대 1명, 60대 1명, 70대 1명이다. 피해 부위는 배와 옆구리, 등, 팔꿈치 등 다양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범행 표적이 20~30대 남성이었던 신림동 사건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돌고 있는 범행 영상에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용의자는 검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범행을 저질렀다.

용의자는 흉기를 들고 한 여성의 뒤를 쫓다 여성이 방향을 틀자 다른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최씨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범행을 하면서 서현역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AK플라자 9층에서 근무하는 차모씨(28)는 “오후 6시5분쯤 퇴근했던 직원 몇명이 황급히 도망쳐와서 사건을 알았다”며 “(용의자가) 1층부터 뛰어다니면서 사람을 찌르고 다녔다고 하더라. 그 광경을 보고 놀라서 도망쳐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AK플라자 1층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던 문모씨(44)는 “범인 손에 30㎝ 되는 은색 흉기를 들고 있었다”며 “체격은 말랐지만 쓰러져 있는 남자를 몇 번 계속 다시 와서 찌르는 것도 봤다. 누가 보면 신난 것처럼 방방 뛰어다녀서 다른 젊은 사람들도 접근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AK플라자 1층 출구 앞 번화가에서 영업 중인 상인 유모씨(69)도 “원래 6시 예약 손님이 있었는데 ‘누가 칼에 찔리고 등에 피를 흘리고 있어서 못 간다. 사장님도 얼른 도망가라’는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가 하던 참에 백화점에서 100여명이 소리 지르면서 도망나오더라”며 “이 동네가 조용한 곳인데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분당 제생병원에서 만난 한 피해자의 친척 A씨(20대)는 “직계 가족이 먼 곳에 있어 급하게 가달라는 부탁을 받고 왔다”며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 이제는 길을 걸어다니면서 칼에 찔리지 않나 걱정하며 다녀야 하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8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 테러행위로 가능한 처벌 규정을 최대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이른바 ‘묻지마 범죄’,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이와 유사성이 있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며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의 책임자로서 매우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는 조선(33)이 일면식도 없는 행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이 사건 이후 신림동 인근에서 ‘20명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인터넷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서현역 사건 직후에도 SNS 등에 4일 오후 오리역 인근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살인예고’가 올라와 경찰이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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