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노동에 별점 스트레스까지···플랫폼 노동자는 아프다읽음

이혜리 기자
플랫폼 노동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플랫폼 노동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배달·대리운전 등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건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시간이 길 뿐만 아니라, 야간노동과 진동·고정된 자세의 반복으로 인해 근골격계·호흡기계·소화기계 통증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고객 폭언과 ‘별점’ 평가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한국노총은 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플랫폼 이동노동자 건강권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윤진하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의 이상국 총괄본부장·조현진 기획팀장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그동안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해서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지위를 중심으로 노동자성 인정 여부가 주로 논의돼왔다면, 연구진은 이들의 건강권에 초점을 맞췄다.

플랫폼 기반 음식배달 노동자와 대리운전 노동자 총 5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플랫폼 노동자는 주당 54.1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40.7시간)보다 약 14시간 오래 일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 시간대는 배달은 낮 1시부터 오후 11시, 대리운전은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3시로 조사됐다. 야간에 하는 노동이 많았다. 진동이나 고정된 자세 및 반복적인 작업, 목청을 높여야 할 정도의 심한 소음, 심각한 매연과 먼지 흡입, 활동하기 어려운 수준의 높거나 낮은 온도, 운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끄러운 바닥이 주요 건강장해 요인으로 꼽혔다. 노동자들은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면서도 더 높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시간에 쫓기며 일한다고 인식했지만, 정작 급여·수입에 대한 만족도는 낮았다.

최근 1년간 근골격계 및 호흡기계, 소화기계 통증을 경험한 비중은 17.2%였다. 실 운행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 중 통증 경험 비중이 25.7%로 더 높았다. 신체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도 문제였다. 고객과의 대면이 많은 서비스업종이 중심인 플랫폼 노동 특징에 따라, 노동자 중 60.8%는 고객으로부터 폭언이나 욕설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특히 대리운전 노동자 중 최근 1년간 경험했다는 답변은 82%나 됐다.

플랫폼 노동자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플랫폼 노동자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평가받는 이른바 ‘별점’ 시스템은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동했다. 플랫폼 노동자 중 41.4%는 고객 평점과 별점 때문에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음식배달은 35.6%, 대리운전은 47.2%가 불이익이 있다고 했다. 또 이들의 66.2%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우울증상 우려 비중도 높았다. 연구진은 “별점은 단순히 서비스 개선차원의 정보수집이기도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의 일감 획득 등 과업 수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고객 평가로 인한 불이익은 플랫폼 노동자로 하여금 초조함, 심리적 위축 등 불안감을 유발하며 결국 사고발생이나 무리한 운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태조사와 별개로 음식배달 노동자 40명과 대리운전 노동자 44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에서는 뇌심혈관계 질병과 관련해 즉각적 조치가 필요한 최고위험군이 1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등도 위험군이 33%였고, 건강군은 10%밖에 되지 않았다. 일반사업장의 야간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도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 상태는 더 열악했다. 불면증의 경우 일반노동자는 중증도와 심한 경우를 합해 9%인 반면 플랫폼 노동자는 14%로 높았다. 비만도는 각각 2%와 15%, 고혈압은 13%, 22%였다. 콜레스테롤에 차이는 없었는데 공복혈당은 일반노동자 중 위험군이 23%였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56%로 2배 이상 높았다. 연구진은 “플랫폼 노동의 영역은 점차 다양화되고 노동자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사회보장체계의 사각지대에 직면해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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