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 발병율, 일반인보다 높아…환경 개선해야”

이혜리 기자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원들이 14일 서울 갈월동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급식실 산업안전보건과 교육복지사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제도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원들이 14일 서울 갈월동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급식실 산업안전보건과 교육복지사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제도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 발병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지만 이를 줄이기 위한 환기장치는 충분히 설치돼있지 않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14일 서울 용산구 학교비정규직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실 산업안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는 급식실에서 일하는 영양사·조리사·조리실무사·배식보조원 등을 대상으로 1차 5365명, 2차 1314명을 조사했다. 대부분은 40·50대 여성이다.

지난 2월 근로복지공단은 경기도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12년간 일한 조리원이 폐암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산재를 승인했다. 공단은 “(해당 노동자가) 고온의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조리할 때 나오는 초미세분진)에 노출됐다”며 “여성의 경우 이같은 조리행위가 폐암 발생의 위험도를 높인다”고 했다.

1차 조사 응답자의 3.5%(189명)가 급식실 근무 이후 폐암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30대 5명, 40대 39명, 50대 135명, 60대 10명이다. 김규연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50·60대는 일반인구 집단과 비슷한 수준으로 폐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30·40대의 경우 일반인구 집단에 비해 월등히 높은 발병율을 보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실제 관찰된 발병자 수를 참고집단에서의 기대되는 발병자 수로 나눈 값으로 따져봐도 (급식실 노동자가) 일반인구 집단에 비해 폐암이 발생하는 비율이 18%포인트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84.3%(4522명)는 조리흄 등이 폐암 발생의 위험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지만, 88.3%(4738명)는 교육청으로부터 직업성 암과 관련한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응답자의 96.3%(5165명)는 근골격계 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다고 했고, 74.7%(4005명)는 최근 1년 사이에 의료기관에서 근골격계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39.5%(2121명)는 조리실 내 공기질 문제로 어지럼증·구토·탈수증상·가슴통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

폐암 발병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급식실의 후드·공기순환장치·공조기 등 환기장치가 제대로 작동해 유해물질이 공기 중에 머물지 않고 외부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만, 2차 조사 응답자의 51.3%(673명)는 환기장치가 충분히 작동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최근 1년 내에 교육청에서 해당 장치들의 정기 검사를 실시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64.3%(845명)가 실시한 적 없다고 답했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폐암 발병에는 짧은 시간에 공공기관보다 2~3배 많은 인원의 급식을 만들어내야 하는 고강도 노동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노조는 교육당국의 폐암 환자 전수조사와 급식실 환기시설 전면 교체를 주장했다.

▶관련기사: 폐암 사망 급식실 조리원 첫 산재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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