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인정 않는 법 해석…이런 식이면 중대재해법도 무력화”

이혜리 기자

‘김용균 사망’ 원청 무죄

책임져야 할 사람이 없다니…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김용균씨 사건 관련 1심 선고가 내려진 10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앞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노동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무죄 선고를 받은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가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없다니…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김용균씨 사건 관련 1심 선고가 내려진 10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앞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노동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무죄 선고를 받은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가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존 판례 기댄 보수적 판결
실질적 고용관계 인정 안 해
노동계 “또 경영자에 면죄부”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10일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의 김병숙 전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노동조합과 단체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씨 사망은 일터에서 노동자가 죽는 사고에 대해 실질적인 관리감독자인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는 데 큰 계기가 된 상징적인 사건이다. 지난달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을 적용한다면, 안전조치 미비 때문에 노동자가 사망하면 원청의 경영책임자까지 형사처벌 대상이 돼 김 전 사장은 형사처벌을 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의 소급적용은 불가능하고, 과거 법을 기준으로 한 재판부의 보수적인 판단에 따라 김 전 사장이 책임을 피하게 된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엄중 처벌만이 또 다른 비극적인, 제2의 김용균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며 “이번 판결은 국민 공감대를 얻어 법을 제·개정해도 결국 경영책임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김용균재단은 “개정 전의 산안법에도 이미 많은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법 해석으로는 아무리 법을 개정하고 새로 만들어도 다 소용없는 일”이라며 “이런 식으로 원청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됐다고 해도 전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재판부는 김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산안법상 노동자 사망에 대해 사업주에게 형사책임을 지우려면 노동자와 실질적인 고용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댔다. 한국서부발전이 김용균씨가 소속된 한국발전기술에 일상적이고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거나 업무에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피해자 대리인단인 박다혜 변호사는 “설비를 한국서부발전이 소유하고 있고, (김씨 업무였던) 석탄운송이 전력 생산을 위한 핵심업무로써 원·하청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다는 점 등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사실들이 있지만, 법원은 소극적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원청에 대한 책임도 새로운 법이 생겼다고 해서 저절로 적용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법원의 법리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김 전 사장을 제외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또는 산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가 유죄를 받은 관계자들의 양형으로 실형이 아니라 집행유예를 선택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무상 과실치사는 5년 이하의 금고, 산안법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법은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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