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 쓰러지는 노동자들···건설노조 “쉴 곳 없다” 인권위 진정

유선희 기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더위 속에 물을 먹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더위 속에 물을 먹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지난 4일 낮 12시20분쯤 대전 유성구의 한 건설현장에서 50대 노동자 A씨가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쓰러져 숨졌다. 원인은 열사병으로 추정됐다. 지난 20일에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내 신축건물 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40대 노동자 B씨가 사망했다. 당국은 온열질환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B씨에 대한 부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날은 점점 뜨거워지는데 이들을 보호할 장치는 아직 마땅치 않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건설현장의 열악한 편의시설 상황을 알리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다고 26일 밝혔다. 건설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계를 위해 폭염 속에 연장을 놓지 않고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이 있다”며 “그러나 충분한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고 쉴 공간이 마땅치 않은 탓에 건설현장에서 온열질환 재해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집계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피해자 182명 중 87명이 건설업 종사자다. 사망자 29명 중에서는 20명이 건설업종이다. 26일 기준 올해 노동부에 접수된 사업장 내 온열질환 의심 사망자 신고 6건(명) 중 5명도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여름철 온열질환 산재 현황. 경향신문 그래픽

여름철 온열질환 산재 현황. 경향신문 그래픽

건설노조는 온열질환 산재를 막으려면 충분히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건설노조가 지난달 23일부터 약 2주 동안 수도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23개 현장에 대한 편의시설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휴게실은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 형태는 건물 밖 간이천막이나 컨테이너 형태(50%)가 대다수였다. 10곳 중 2곳(21.7%)은 선풍기 등 냉방장치가 없었으며, 1곳(13%)은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장도 갖추지 않았다.

건설노조는 “무더위에도 일을 해야 하는데, 현장은 쉴 데가 없고 중소규모일수록 편의시설이 엉망이다. 천막 하나 쳐놓고 휴게실이라고 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마땅한 휴게시설이 없다면 지금처럼 무더위 속에서 온열질환자 사망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18일부터 휴게시설 설치 의무와 시설 개선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각 사업장은 ‘면적 6㎡ 이상 및 천장고 2.1m 이상에 냉난방 기능을 갖춘 휴게시설’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지난 4월 50인 미만(건설업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는 ‘1년간 유예기간’을 주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과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재희 건설노조 교육선전실장은 “건설현장 실태를 알지 못하거나 외면한 입법예고안”이라면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건설현장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편의시설로 화장실, 식당, 탈의실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도 공사금액 1억원 이상일 때이다. 휴게실도 의무 설치해야 하고, 이는 모든 사업장에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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