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람의 운명’ 시절은 끝났다…어선원 산재, 법제화 서둘러야

김지환 정책사회부 기자

지난 19~21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1회 세계어촌대회가 열렸다. 전 세계 어촌이 마주한 위기를 극복할 방법과 새로운 비전·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는 이 대회 학술세션 주제 중 하나는 ‘어업 분야 산업재해’였다. 어선원 노동자의 노동인권 보장이 어촌의 지속 가능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 세션 첫 발제자로 나선 잉군 마리에 홀멘 노르웨이 과학산업기술연구재단(SINTEF) 박사는 “어선원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는 메시지로 영상발제를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 2021년까지 노르웨이에선 어선원 노동자 331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시기별로 보면 1990~1999년 188명(연평균 18.8명), 2000~2009년 79명(연평균 7.9명), 2010~2021년 65명(연평균 5.65명)이 산재로 숨졌다.

산재 사망사고 감소세에는 어선원 노동자 규모가 같은 기간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2012년부터 노르웨이의 전업 어선원 노동자는 1만명에 미치지 못한다.

어선원 산재 비율은 2000년부터 10년가량 감소세였다가 2010년대 초반 증가세로 돌아섰다. 노르웨이 의회는 지난해 어선원 노동자의 산재 위험을 용납할 수 없다고 보고 ‘사망사고 제로를 위한 비전(A National vision: Zero fatalities at sea)’을 채택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어선원재해보상보험 통계 자료를 보면 연평균 사고사망자는 100명을 웃돈다. 어선원보험에 가입된 한국 노동자 수(2021년 기준 5만4149명)가 노르웨이 어선원보다 5배 이상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한국의 재해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 사회가 당장 노르웨이처럼 ‘사망사고 제로’를 목표로 삼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어선원 노동자 산재 예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됐고 지난 2월엔 노사정 최종 합의도 도출됐다.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노사정 합의를 토대로 대표발의한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 통과는 그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어선원 노동자 안전보건을 규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산재를 ‘뱃사람의 운명’이라고 여기는 시절은 이제 끝나야 한다.

김지환 정책사회부 기자

김지환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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