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복귀’ 결정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할 일

김지환 기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9월1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9월1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태일 열사 53주기였던 지난 13일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찰이 고공 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과잉진압하자 한국노총이 지난 6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한 지 5개월 만이었다.

대통령실이 이날 사회적 대화 복귀 요청을 하자마자 한국노총은 ‘복귀 검토’도 아니고 ‘복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전에 물밑에서 조율이 진행돼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 가능성이 ‘제로’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서 사실상 노동계를 대표하는 유일한 조직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화에서 한국노총 조합원뿐 아니라 민주노총 조합원, 노조 울타리 밖에 있는 노동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 ‘일하는 모든 사람’을 대변하는 주체다.

그런데 일하는 모든 사람의 땀과 눈물을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는 한국노총은 왜 전격적으로 사회적 대화 복귀 결정을 했는지 아직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한국노총의 노동자 대표성을 인정하고, 노동정책의 주체로서 한국노총의 존재를 인정하라”는 요구에 대통령실이 화답했기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대통령실의 화답만으로 사회적 대화 복귀를 결정했다는 설명을 의아하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즉각 공포,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위한 시행령 개정 등 그간 한국노총이 요구해온 사안에 확답을 받은 것도 아닌데 왜 복귀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 등 다른 노동단체는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에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중들에게 노·노 갈등으로 비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산업전환과 기후위기, 저출생·고령사회 문제, 중동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저성장 쇼크의 장기화 등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노총 복귀 입장문의 마지막 단락이다. 전형적인 ‘공자님 말씀’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런 모호한 입장 대신 정부의 노동계 압박이 지속하는데도 왜 복귀를 결정했는지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소상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말한 “노조를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드는 이들을 조직노동이 철저하게 대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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