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안 내도 불이익 없다” 위법 광고하는 방통위

강한들 기자

행정기관이 국회 입법 취지 무시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지난 5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지난 5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수신료 분리징수’ 후에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행정기관인 방통위가 국회가 만든 법의 취지를 유명무실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6일 보도참고자료를 내 ‘문답’ 형식으로 TV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해 설명했다.

방통위는 ‘분리 고지 후 수신료를 미납하면 불이익이 있는지’에 관해 “수신료 분리징수는 국민께 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돌려드리자는 것”이라며 “수신료 분리징수로 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나, 납부하지 않더라도 한전 차원의 단전 등 강제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법과 방송법 시행령은 수신료를 체납하면 체납액의 3%를 가산금으로 부과하도록 정했다. 이에 관해서 방통위는 “국세 체납도 법률 비용이 체납액보다 더 높으면 강제 집행을 하지 않는다”라며 “법률상 가산금은 붙을 수 있으나, 납부하지 않는 국민에 대해 강제 집행에 나설지는 전적으로 한국방송공사(KBS)가 자체 판단해 결정하고 집행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KBS가 국세 체납에 준해 강제 집행을 하려면 방송법에 따라 방통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방통위는 국민의 편익과 권리 신장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인 방통위가 ‘법을 피해갈 수 있다’고 알려주는 셈이다. 김성순 민변 미디어 언론위원장은 “현 정부에서 호도하는 것과 달리 방송법에는 납부 선택권이라는 말 자체가 없고, 수상기를 보유한 모든 국민은 수신료를 낼 의무가 있다”라며 “만약 방통위가 수신료 강제 집행을 거부한다면 법에서 할 수 있도록 위임한 업무를 방통위가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황교안 권한대행, 문재인 정부 동안 국회에서 7차례 발의됐던 ‘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 꾸준히 ‘수용 곤란’하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방통위는 2014년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분리징수 안에 관해 “수신료 징수 비용도 수신료에서 지불되는 것이고 국민의 부담을 줄이려면 수신료 징수 효율화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는 의견을 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낸 안에 관해서는 “분리징수 시 악의적인 수신료 납부 회피 등이 발생해 선의의 납부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등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졸속’이라는 주장에 대해 “국민 여론 상 TV 수신료를 전기료나 준조세처럼 강제로 걷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민 권익은 신장되는 반면, 국민에게 불리한 방법이 아니라서 추진 속도를 일부러 늦출 이유는 없다”라고 답했다. 수신료를 내지 않는 게 ‘권익의 신장’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방통위는 공영방송이 공적 책임을 잘 수행하도록 관리, 감독하는 기구인데 KBS 수신료를 사실상 내지 말라고 선동하는 보도자료를 냈다”라며 “‘독립적’ 운영을 위해 합의제로 운영하는 방통위의 근간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공영방송 재원이 줄면 공공 서비스는 축소될 수밖에 없는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 권익의 침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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