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대한민국

왜, 눈빛이 변했나…홧김에 우발범죄 급증

류인하·정유미 기자

41분에 한 명꼴 자살

“양극화 속 안전망 부재” 국민행복지수 낙제점

한국인은 지금 화가 나 있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불안과 분노가 폭력으로 변질되면서 ‘홧김에 저지르는’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과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한국인들의 행복점수가 낙제에 가까운 68.1점(10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조사 결과 자신의 행복점수가 90점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은 15.2%에 그쳤다.

[분노하는 대한민국]왜, 눈빛이 변했나…홧김에 우발범죄 급증

국민 4명 중 1명(26.2%)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며, 그 이유는 직업 문제(25.8%), 경제적 문제(21.5%), 인간관계(12.4%) 등이라고 답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예민해지거나 분노하고(25.7%), 피로감을 느끼는(17%)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절반가량(48.3%)이 혼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었다.

분노는 쌓여가는 반면 이를 건강하게 해결하는 시스템은 부재한 상태에서 우발적 살인과 자살이 늘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없다 보니 평범하던 소시민이 사소한 이유로 사람을 죽이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7일 오전 서울 염창동에서 김모씨(59)가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분신해 숨졌다. 연기를 피하려고 창밖으로 뛰어내린 김씨의 매부 한모씨(69) 역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돈을 빌리기 위해 누나(67) 집에 들렀다가 거절당하자 미리 준비해 간 휘발유를 머리에 뿌리고 불을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3일에는 김모씨(38)가 술을 마시고 고엽제 환자인 아버지를 아파트 13층 복도에서 던져 숨지게 하기도 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화가 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인 우발적 살인은 576건에 이르렀다. 전체 살인사건의 47%에 달하는 수치였다.

자살률도 높다. 2008년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1만2858명에 이르렀다. 하루 평균 35명, 41분에 한 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을 쓰고 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평범한 시민을 악하게 또는 나약하게 만드는 원인은 사회 양극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청년실업은 개선되지 않고, 비정규직은 매년 늘어나는 상황에서 생존에 불안을 느끼는 시민들이 자제력을 잃고 살인 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을 택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과거에 당연히 여겼던 인간존중 문화를 다시 가르치고, 사회안전망 확충 등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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