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대한민국

분노 다스릴 방법 없나

주영재 기자

사회는… 생존과 직결된 복지·보장제도 확충

개인은… 근본원인 파악 후 대화상대 찾아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과 10년 만에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250% 높아졌다. 이후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했지만 ‘불행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더 늘어났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2010년 8월 발표된 통계개발원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1만2858명으로 하루 평균 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은 잘살게 됐는데 국민들은 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분노의 원인을 대화나 교육 등의 방법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노해소 방향을 자신으로 돌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민수 고려대 의대 교수는 “분노가 밖으로 표출되면 존속살인이나 ‘묻지마 살인’의 방식으로 나타나고, 분노가 나를 향하면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살이든, 살인이든 폭력인 것은 매한가지다. 이러한 폭력은 팽배한 분노에서 오고, 분노의 기저에는 불안이 있다. 불안을 제어할 사회안전망이 없다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람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생활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람은 생존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면 희망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단 생존과 직결된 사회복지제도, 사회보장제도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자본논리에 의한 재개발이나 난개발과 같은 국가적 개발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사회적으로 분노가 커질 수밖에 없는 계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심도있는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른바 ‘화병’ 증세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왜 화를 내는지 근본원인을 먼저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대화할 상대를 찾을 것’을 조언했다.

이민수 교수는 “화가 나는 순간을 넘기는 데 급급하지 말고, 원인 분석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분노에는 항상 외부적 요인이 있지만, 자기 스스로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항상 근본 원인을 파악한 뒤 대화할 상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성길 서울시은평병원 원장은 “가급적 대화를 할 수 있는 가까운 상대를 찾고, 대화할 사람이 없다면 병원 등의 상담기관을 찾아 속에 있는 분노를 밖으로 내보내라”고 조언했다.

권민교 정신보건임상심리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들이 ‘우리는 당신을 지지하고 믿는다.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라는 식으로 긍정적 지지를 보내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회에서 받은 분노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곳이 가정인 만큼, 가족 구성원이 서로 긍정적 대화를 이끌어내고, 긍정적 지지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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