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인들 “한국사람 성희롱 발언 너무해요”

허남설 기자

공공장소 성추행 대항 국제연대 ‘할라백’ 첫 모임

“여성 비하로 불쾌했던 경험 많지만 도움은 못 받아”

2년 전 한국에 온 인도계 여성 미국인 ㄱ씨(28)는 주로 직장인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그는 “수업시간에 성희롱 발언으로 불쾌했던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면서 “직장인들은 내 몸을 가리키며 ‘꿀벅지가 보기 좋다’ ‘섹시하다’ 등의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꿀벅지가 뭐냐고 묻자 ‘꿀벅지는 당신처럼 튼튼한 허벅지를 가리키는 말’이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설명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다”며 “한국 사람들은 이런 일상적 성희롱에 무감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지하 갤러리에는 한국에서 유학 중이거나 직장에 다니는 유럽·북미 쪽 외국인 50여명이 모였다. 지난 8월 공공장소 성추행에 대항하는 비영리 국제연대 ‘할라백’ 한국본부 설립 이후 서울에서 가진 첫 모임이다. 할라백은 24개국 71개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날 모임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겪는 일상적인 성희롱 경험을 서로 나누고 이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일랜드 출신인 ㄴ씨(23)는 “길거리에서 성희롱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어떤 중년 남성이 다가와 ‘너 같은 백마(백인 여성을 낮춰 부르는 은어)는 얼마면 되나(성매매를 할 수 있나)’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은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뽀뽀 한번 해주면 요금 깎아줄게’라고 해서 크게 놀라 황급히 택시에서 내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이 올해로 6년째인 미국인 ㄷ씨(31)는 지난 1월 집에서 잠을 자는 사이 침입한 위층에 사는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유학 중이면서 이날 모임을 주도한 쉘 할라백코리아 대표(30·미국)는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성적 피해를 경험한다”면서 “길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슴이 크다’고 말하거나 휘파람 혹은 입 맞추는 소리를 듣는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성폭력을 당하더라도 이에 대해 상담을 받거나 주변의 도움을 얻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쉘 대표는 “외국인들은 한국말을 잘 못하거나 한국인들에게 외국인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줄까봐 염려해 성적 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상적인 성희롱이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알리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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