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열풍에 ‘BTS 철학’ 책까지…“아이돌 상술” “철학 대중화”

김찬호 기자

노래 가사와 철학 사상 연계…독자도 전문가도 평가 엇갈려

방탄소년단 열풍에 ‘BTS 철학’ 책까지…“아이돌 상술” “철학 대중화”

“철학은 엄숙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이다.”

“아이돌그룹 노래에 철학이 담겨 있을 확률은 인간이 영원히 죽지 않을 확률과도 같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열풍에 관련 철학도서까지 나왔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에 담긴 내용들을 프리드리히 니체, 게오르그 헤겔, 존 롤스, 마르틴 하이데거, 테오도르 아도르노, 한나 아렌트 등 유명 철학자들의 사상과 연관지어 소개한 <BTS를 철학하다·사진>가 그것이다. 출판사는 책 소개글에서 “2017년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를 매료시킨 방탄소년단, 그 매력의 중심엔 은유로 수놓인 철학적 메시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이돌을 이용한 상술”이라는 비판과 함께 “대중문화와 철학의 가교”라는 호평도 나온다.

지난달 18일 출간된 이 책은 곧바로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종합베스트 2위에 오르고 출간 보름 만에 3쇄를 찍었다.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들에서 인문 분야 주간 베스트셀러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미술학 박사인 저자 차민주씨(필명)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박’이 난 셈이다.

책 출간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구매후기와 감상평이 올라오고, 책에 대한 평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인터넷 서점 서평란에는 “BTS 이름을 팔아서 철학책을 팔겠다는 상술로만 보인다” “이 나라에서는 철학하고 글 쓰는 데도 아이돌을 (들고) 파야 하는구나”라는 글이 달렸다. 반면 “책 제목만 보고 팬들을 상대로 돈 벌려고 만든 책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는 반박의 답글도 올라왔다. 독자인 대학생 곽모씨(24)는 “이 책만 읽어도 철학자들의 주요 이론은 대강 알 수 있고, 해당 철학자들의 책을 찾아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대중문화평론가 임진모씨는 “이 책은 철학은 엄숙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젊은 세대의 철학적 사고를 유쾌하게 표현했다”며 “이 책이 담고 있는 아이돌과 철학처럼 서로 대척점에 있는 문화들을 이으려는 시도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장르소설 작가 겸 문화연구자인 이융희씨는 “BTS의 노래 가사가 철학인 것처럼 과도하게 포장하다 보니 되레 노래 가사들이 우스꽝스러워지는 결과만 냈다”며 “철학자의 말과 BTS의 가사를 단순히 등치시키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 차민주씨는 책에 대한 비판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단순히 아이돌과 철학을 연계한 것이 거슬린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다”며 “책도 읽지 않은 사람들의 모욕과 비난 때문에 심장에 이상이 와서 응급실에까지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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