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민기 성폭력 사건…청주대는 ‘방조자’였다”

박주연·이삭 기자

학생들 잇단 문제 제기에도 “외부에 알리지 말라” 입단속만

국민신문고 오른 후에야 파악 나서…교수들 “총장, 사과를”

“배우 조민기 성폭력 사건…청주대는 ‘방조자’였다”

청주대 연극학과 제자들에 대한 배우 조민기씨(53·사진)의 성폭력이 장기화되고 피해자가 늘어난 데는 대학 측의 방임과 은폐도 영향을 미쳤다.

청주대에선 봇물 터지듯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교수들도 총장의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건을 덮기 급급했던 대학이 사실상 ‘조씨의 성폭력 사건 방조자’였다는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청주대 연극학과 재학생 ㄱ씨는 22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대학이 작년 말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선 것도 국민신문고에 조 교수의 성추행 관련 민원이 올라왔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도 학교에 다양한 방식으로 조 교수의 성추행 문제를 제기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청주대는 지난해 10월 교육부로부터 이 민원을 이첩받은 후 연극학과 학생 44명을 대상으로 피해 내용에 대해 무기명 설문조사를 벌였다. 연극학과 졸업생 ㄴ씨는 “대학 측이 실명 피해자가 필요하다고 해 졸업생 3명이 교수님들과 만나 성추행 정황들을 상세히 증언했다”며 “당시 교수님들은 우리가 다칠까봐 걱정된다며 이 일을 반드시 학과 내에 공개적으로 알리고 조 교수를 물러나게 할 테니 외부에만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이 피해자들을 회유하며 사건 축소·은폐에만 골몰했다는 것이다.

그 후 연극학과 1~4학년 150여명은 각자 서명을 담은 조씨에 대한 퇴출요구서를 학교 측에 제출했다. 재학생 ㄷ씨는 “징계 결과를 알려달라는 피해 당사자들인 우리 요구는 끝까지 차일피일 미뤘다”며 “20일 징계 결과 발표도 언론사들의 문의에 떠밀려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대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조씨는 이미 지난해 12월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회의록에는 ‘양성평등위원회를 개최해 조사한 결과 그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적시돼 있다. 대학은 이후 조씨가 사표를 제출하자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징계가 끝나기도 전인 오는 28일 조씨를 면직처리키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측은 원래 파면 사안 임에도 조씨 스스로 교수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조용히 사건을 덮으려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호표 청주대 부총장은 지난 10일 조씨의 제자 성추행 제보를 받고 사실 확인에 나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나는 아는 게 없다. 절차를 밟아서 문의하라”고 말했다. 한민철 교무처장은 “임명된 지 한 달밖에 안돼 모른다”고 했다. 지난해 이사회가 정직 3개월을 의결하고도 조씨 사건의 답변을 피한 것이다. 이후 복수의 학교 인사는 “윗선으로부터 조씨와 관련된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면 징계할 것이라는 엄포가 떨어졌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성폭력 의혹을 “명백한 루머”라며 부인한 조씨와 사건 무마에만 급급했던 대학 측 태도는 학생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날도 SNS와 디시인사이드 등에는 “일본 촬영 가서 한방을 쓰자고 했다”(2011년 연극학과 입학생) 등 조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제자들의 폭로글들이 이어졌다.

청주대 교수들로 구성된 교수평의회는 이날 사과문을 내고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그동안 학교 측 대응이 미진한 점은 없었는지 반성하고, 수사기관에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학생들의 2차 피해 방지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총장은 학교를 대표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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