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성범죄자’ ‘IS 테러범’ 등등···예멘 난민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재덕·이유진 기자

제주로 들어온 예멘 난민이 500여 명에 이르자 난민 반대 여론 및 난민 혐오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슬람국가(IS) 테러범이 속해 있다’ ‘그들은 성폭행 등 잠재적 범죄자’라는 글이 돌기 시작했고,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예멘 난민을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청원까지 다수 올라오면서 난민 혐오 감정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란이 예멘 난민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두 젊은 남성, IS 테러범, 잠재적 성범죄자”?

제주 예멘 난민들은 젊은 남성들이 다수지만 여성과 아이들도 포함돼 있다. 제주도 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예멘 출신 난민신청자 549명 중 남성은 504명(91%)이다. 20대가 307명으로 가장 많고, 30대(14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여성은 45명으로, 미성년자(18명)가 많다.

20~30대 남성 난민이 많은 까닭은 2015년부터 내전 중인 예멘에서 군인으로 징집되거나 학살당하는 1순위 대상자가 이들이기 때문이다. 난민의 특성상 남성이 먼저 와서 자리를 잡은 뒤 가족들을 불러오는 형태가 많은 것도 이 같은 남초현상의 또 다른 이유다.

젊은 무슬림 남성이 많다는 사실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IS 테러범도 섞여있을 수 있다”는 편견과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김성인 제주 예멘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9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이 유일하게 남은 삶의 마지막 끈인데,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 끈을 스스로 놓는 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IS 테러 사건이 실제로 없지 않느냐”며 “외국 사례만 들어 과도하게 불안감만 조장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일자리 얻으러 온 사람들”?

돈을 벌기 위해 오는 이주노동자와 생명의 위협을 피해 입국하는 난민들은 사안 자체가 다르다. 난민 신청자들은 신청 이후 6개월간 취업도 금지된다.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지원조차 받기가 힘들다.

전수연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난민들은 돈을 벌 목적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며 “하지만 아무리 전쟁을 피해서 왔다고 해도 최소한 밥벌이는 해야 먹고 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예멘 난민들은 제주 게스트하우스, 여관 등 숙소를 구해 모여 살고 있다. 돈이 떨어진 이들은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기도 한다. 최소한의 생계수단조차 막아놓다보니 생활고를 겪는다. 300여명이 생계비 지원을 신청했지만 심사를 통과해 지급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예멘 난민 신청자의 의료 및 생계지원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나서야 취업 제한 규정을 풀고, 난민들에게 어업·양식업 등의 일자리를 소개했다.

■“한국이 난민을 도울 정도로 풍족한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예멘 난민 한 명당 혈세 138만원을 지원하고 있다”는 글이 등장했다. 일부에선 “과연 한국이 난민을 도울 정도로 풍족한 사회인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고시를 보면 올해 기준 난민 생계비 지원액은 난민지원시설 비이용자의 경우 1인 가구당 월 43만2900원이다. 지원시설을 이용할 경우엔 절반 수준(21만6450원)으로 낮아진다. 생계비 신청을 해도 모두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책정된 예산이 적다보니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다. 지난해 생계비를 받은 난민은 436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체가 난민의 역사를 가진 나라”라면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국제 사회에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주 4·3 사건 때 죽음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도민, 일제강점기 중국에 망명했던 ‘정치난민’ 조선인들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전쟁 당시와 그 이후엔 국제 원조를 받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에겐 국제사회에 진 부채가 있다. 지금의 한국은 외국의 원조와 도움, 손을 잡아준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지난 18일 긴급 구호 물품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지난 18일 긴급 구호 물품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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