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전날엔…‘나비’의 목소리를 기억해 주세요

최승현·김정훈·강현석·권순재 기자

전국 곳곳에서 ‘위안부 기림의날’ 행사

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 “위안부 있었다” 최초 증언

피해자 잠든 망향의동산서 대통령 등 참석 기념식 개최…‘소녀상 제막식’도 줄이어

<b>문 대통령 반기는 할머니</b>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충남 천안시 국립망향의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첫 정부 기념식을 마친 뒤 피해자인 김경애 할머니에게 인사하자 김 할머니가 문 대통령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 반기는 할머니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충남 천안시 국립망향의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첫 정부 기념식을 마친 뒤 피해자인 김경애 할머니에게 인사하자 김 할머니가 문 대통령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을 정하고 첫 기념식이 열린 14일 전국 곳곳에서는 그들의 아픔을 보듬고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행사가 잇따라 개최됐다.

‘8월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1924~1997)가 1991년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알린 날이다. 김 할머니의 증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인 인권 문제로 부각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증명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각국 민간단체들은 2012년 12월 대만에서 열린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8월14일을 ‘세계 위안부의날’로 정하고, 이듬해부터 기념행사와 연대집회를 개최해 왔다. 이후 2017년 12월 국회에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민간에서 진행돼 오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이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오후 위안부 피해자들이 잠든 충남 천안시 국립망향의동산에서 시민단체, 일반 시민, 청소년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국립국악중학교 정서연 학생의 추모 공연으로 시작된 기념식은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영상 상영, 배우 손숙씨의 헌시 낭독(이청리 시인의 ‘아름다운 박수소리’), ‘가시리’ 노래를 특별 편곡한 기림공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발언, 천안평화나비시민연대 청소년들의 ‘고향의 봄’ 합창 등으로 진행됐다. 또 위안부 피해 할머니 49명이 안장된 망향의동산 내 묘란묘역에 설치된 추모비도 처음 공개됐다.

피해자 추모비인 ‘안식의집’은 피해 할머니들이 용기를 내 세상 밖으로 나와 평화와 인권을 위해 활약한 시간 등 생애를 4단계로 표현한 표지석과 의자석으로 구성됐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기원하는 행사와 공연·전시 등이 열렸다.

경남도는 이날 도청 대회의실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 시민모임’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회 경상남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행사를 열었다. ‘위로와 약속’이란 주제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서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소녀들의 당시 상황과 그들이 느꼈을 심정을 춤으로 표현한 무용단 ‘2H CREW’의 퍼포먼스 등이 진행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서로 “안아드릴게요”라며 프리허그를 하거나 “기억하겠습니다”라며 새끼손가락을 거는 ‘위로와 약속시간’도 가졌다.

경남도는 2015년 전국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조례를 제정했다. 박성호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이번 행사가 위안부 피해자를 위로하고 인권의 중요성을 되짚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b>대만에 세운 첫 소녀상</b> 대만 남부 타이난시에서 14일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제막식이 마잉주 전 총통(왼쪽에서 두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대만에서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시전자보 홈페이지

대만에 세운 첫 소녀상 대만 남부 타이난시에서 14일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제막식이 마잉주 전 총통(왼쪽에서 두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대만에서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시전자보 홈페이지

광주에서는 학교에 ‘작은 소녀상’을 세운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관람하고 소녀상에 헌화했다. 광주 9개 학교에는 학생들이 직접 설치한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이 있다. 학생들은 미국 의회에서 증언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함께 본 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바로 알기’를 주제로 광주지역 중학교 역사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행사 이후 참가자들은 광주시청 광장에 설치된 ‘평화의소녀상’을 찾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글을 낭독했다.

채경기 광주시 여성정책 계장은 “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이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대구·경북 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2018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공동행동 대구경북조직위원회’도 이날 오후 5시부터 대구 중구 동성로 민주광장에서 기림일 문화제를 열었다. 기림일 조직위는 청소년 등 시민에게 기림일을 홍보하는 부스 10여곳을 마련해 스탬프 투어 등의 이벤트도 진행했다.

경남 진주지역 시민단체인 일본군강제성노예피해자 진주평화기림사업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 피해자 명예회복을 촉구했다. 임진왜란 전문 역사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은 이날부터 17일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께 편지 쓰기 행사를 연다. 또 15일 박물관 강당에서 <아이 캔 스피크>를 무료 상영한다. 부산, 충남 서산, 강원 춘천·강릉·속초 등지에서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행사가 진행됐고, 경기 양주시와 경남 김해시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소녀상’ 제막식이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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