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버려진 이’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송현숙 전국사회부장
스웨덴에서 온 편지

엄마를 ‘버려진 이’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저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낳은 것이 아니라 한국의 두 여성이 낳았습니다. 두 아이들은 제겐 하늘입니다. 그들의 호흡과 심장박동, 눈물, 웃음 하나하나가 제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선물입니다. 이 아이들은 저뿐 아니라 남편과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들의 행복이고, 계속해서 우리 사회의 ‘축복’으로 살아가리라 확신합니다. 저는 제 아이들이 한국 엄마들이 제게 선사한 선물이 아니라, 한국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주고자 했기 때문에 왔다고 믿습니다.

내 아이들은 버려지지 않았습니다. 버려진 건 엄마들입니다. 아이를 다른 이에게 주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모든 엄마들은 버려진 이들입니다. 아이 아빠와 자신의 가족 또는 사회로부터 말입니다. 계획된 아이였든 아니든 엄마가 안정된 상황에 있든 그렇지 않든 모든 아이를 ‘돌보는’ 사회야말로 스스로 발전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성숙한 사회는 생명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라는 의미입니다.

아이들을 지킬 수 없었던 엄마들에게 저는 머리 숙여 절합니다. 또 항상 빚진 심정으로 살 것입니다. 저는 당신의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키우며, 또 당신에 대해 존경을 담아 얘기함으로써 당신의 명예를 지킬 겁니다.

아이들을 지키는 모든 미혼모들에게도 깊이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계속 싸우세요. 그리고 포기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충분히 훌륭한 엄마들입니다.

한국 사회엔 제발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길 당부합니다. 그리고 부탁합니다. 제발 그들의 어머니를 버리지 말고, 그들에게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용기를, 그들이 자신들이 속한 곳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가능성의 그물을 만들어달라고 말입니다. 아홉 달 동안 심장으로 품고 낳은 그 엄마들의 아이들입니다. 그들은 여러분의 사회와 여러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여러분의 미래에 속해 있습니다. 사라로부터


한국에서 자녀 두 명을 입양한 스웨덴 엄마 사라는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습니다. 아이들의 고국에 대해 늘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

“엄마, 나는 언제 눈이 파랗게 돼요?” 큰아이가 다섯 살 때쯤 엄마를 빤히 보며 묻는 말에 사라는 가슴이 미어졌다고 합니다. “네 눈은 너무나 아름다운 ‘용의 눈’이야. 파랗게 되지 않아”라고 답하며 사라는 아이들에게 한국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과 한국을 자주 찾아 관광지와 시장도 다니고, 지방의 많은 곳들을 돌아봅니다. 한글도 열심히 가르치고,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한국 소식도 많이 전해줍니다.

지난가을 사라가 한국에 왔을 때 미혼모 단체와 연락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라는 “나는 여러분 덕분에 이렇게 귀중한 아이들을 만났지만, 아이들은 부모와 그 아이가 속한 사회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꼭 얘기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라가 한국 미혼모들과 한국 사회에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편지입니다.

가족의 의미가 각별해지는 설을 앞두고, 경향신문은 ‘다시 쓰는 인구론’ 기획을 마치며 가족과 돌봄의 가치를 묻습니다.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든 우리는 안전하고 따뜻한가요? 가족 구성원 모두 개인으로 존중받고 행복한가요? 때론 친밀함을 가로막는 돌봄은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할까요?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