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이 만든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에도 CMIT·MIT

김원진 기자

1997~2000년 ‘성분함량 정보 미상’ 상태로 7만5000개 팔려

구속된 전 간부 2명 증거인멸 정황…SK 부사장은 구속기소

애경산업이 직접 제조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에 인체 유해물질이 담긴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달 구속 기소된 애경산업 전직 간부 2명은 이 제품 관련 문서를 없애다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애경산업이 1997~2000년 제조·판매한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에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들어 있다. CMIT·MIT는 정부에서 인체 유해성을 인정한 물질이다. 이 제품은 모두 7만5000개가량 팔렸다. 이 제품과 다른 가습기 살균제를 중복 사용한 피해자는 2명이다.

애경산업은 2016년 국정조사 때야 이 제품 존재를 알렸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공론화됐을 때에도 제조·판매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애경산업 측은 정부에 자료를 제출할 때 성분 함량 정보를 구체적으로 표기하지 않았다. 한국환경기술원과 환경부 자료에도 함량 정보는 ‘미상’으로 나와 있다. 화학 제품은 구성비가 미세하게 달라져도 다른 물질이 되기 때문에 함량 비율이 중요하다.

애경산업 측은 “방부제 목적으로 CMIT·MIT가 아주 미량 들어 있다”고 했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방부제 목적이라도 흡입해 사용한다는 방식이 중요하다. 적은 농도라도 노출 시간이 길면 문제가 된다”고 했다.

애경산업은 제품 출시 전 흡입 독성 검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애경이 CMIT·MIT 성분을 일정 농도로 가습기 살균제에 첨가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유해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애경산업은 검찰이 재수사 중인 가습기 메이트를 SK케미칼에서 원료를 제공받아 판매했는데, 이 제품의 인체 유해성도 사전에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애경 간부 2명을 증거인멸·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때 CMIT·MIT가 들어 있는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 생산·제조 과정 문서를 은폐한 사실을 기소 이유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습기 메이트와 관련한 애경산업의 과실도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SK케미칼은 2005년부터 라벤더향을 넣은 새로운 가습기 메이트를 애경에 제공했다. 애경은 원료 성분이 바뀌었는데도 안전성 검사 자료를 SK케미칼에서 받지 않았다. 가습기 메이트를 이마트에 PB상품으로 팔 때에도 검사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판매자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혐의를 구성하는 증거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이날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원료를 공급한 혐의를 받는 SK케미칼 박모 부사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달 25일엔 김철 SK케미칼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SK케미칼 대표이사급 임원이 소환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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