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수준 거리 두기 확산세 저지 역부족”

이혜인 기자

‘코로나 비상’ 전문가들 제언

<b>‘세계 최대 감리교회’ 금란교회서 확진자</b> 수도권 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중랑구 금란교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교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랑제일교회에 갔다가 확진 판정이 난 교인이 지난 12일 저녁과 13~14일 새벽 금란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길 기자

‘세계 최대 감리교회’ 금란교회서 확진자 수도권 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중랑구 금란교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교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랑제일교회에 갔다가 확진 판정이 난 교인이 지난 12일 저녁과 13~14일 새벽 금란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길 기자

광복절 집회 영향 미반영, 타이밍 놓치면 확진자 급증…

정부가 19일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강화된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적용했지만, 감염 및 역학 전문가들은 “확산세를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엿새 동안 1200명 넘게 확진자가 폭증했지만, 이는 아직 광복절 집회의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잠복기를 감안하면 이번 주말부터 확산 규모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 전에 거리 두기 단계를 강화하거나, 2단계를 유지하더라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록다운’에 가깝게 이동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①‘광복절 집회’ 영향, 아직 반영 안 됐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9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3일부터 신규 확진자는 계속 세 자릿수(103명→166명→279명→197명→246명→297명)를 보이면서 총 1288명을 기록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집단감염이 확진자 증가의 주원인으로 이날 낮 12시 기준, 관련 누적 확진자만 총 623명이다. 문제는 지난 15일 열린 광화문 집회의 여파는 아직 제대로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역당국은 집회가 야외에서 열리기는 했지만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전파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8일 이후 현재까지 사랑제일교회와 관련 없는 단순 집회 참가자 1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동현 한림대 예방의학과 교수(한국역학회장)는 “집단감염 여파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앞으로 1~2주 후에 광복절 집회로 인한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때 확진자가 1000명 단위로 뛰기 시작하면 거리 두기를 강화해도 늦다”면서 “지금 3단계로 올려서 확산을 사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하루 차이가 확진자 규모 결정

감염·역학 전문가들이 거리 두기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단 하루 차이에 따라 유행 규모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종헌 성균관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연구교수는 “코로나19 환자는 정비례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제곱, 세제곱, 네제곱의 지수증가를 한다”면서 “국립암센터 연구팀 연구결과를 보면 8월 초(1~17일)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R)가 2.8 수준으로 높은데, (최악의 경우) 이 상태에서 세 차례만 지수증가를 거듭해도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만명이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 우한과 미국을 비교하면서 “환자가 나오기 시작한 후 중국과 미국이 ‘록다운’을 시작한 시기는 4~5일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전체 환자 발생 규모는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③병상 이미 부족하다

확진자 규모와 함께 우려되는 것은 병상 부족 문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최근 며칠간 서울의 코로나19 병상 가동률은 하루 10%포인트가량 오르고 있다.

19일 0시 기준으로 서울 내 코로나19 치료용 병상 787개 중 80.8%인 636병상이 사용 중이다. 수도권 전체 중환자 병상은 339개 중 71개(20.9%)만 남은 상태다.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현재처럼 하루에 100~200명가량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일반 병상은 5~6일 정도, 중환자 병상은 1주일 정도면 포화상태가 된다고 보고 병상을 추가 확보 중이다.

김동현 한림대 교수는 “중환자 병상은 일반 병상 간호인력의 3~4배가 붙어야 하고 그것도 매우 숙련된 간호인력이어야 해서 바로 늘릴 수가 없다”며 “병상 부족 문제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전 서울시 시민건강국장)는 “이대로 확진자가 하루에 150명 이상 일주일 넘게 나오거나 200~300명으로 급증하기라도 하면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④2단계도 아직 제대로 안 지켜져

전문가들은 현재의 유행 양상이 매우 심각해 거리 두기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공유했지만, 3단계 상향 여부를 두고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10인 이상 집합·모임·행사가 전부 금지되는 3단계가 적용될 경우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워낙 막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라도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가을 대유행 때 재생산지수(R)가 2.5 정도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을 뛰어넘는 유행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거리 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경북 집단감염이 한창이던 지난 3월 서울 시내에도 통신량이나 신용카드 사용이 크게 줄고, 교통량도 70%가량 감소했으나 지금은 거의 변화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 교수는 “현재 거리 두기 2단계 수준에 맞게 빨리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시민들이 주변 지인들 모임까지도 피하면서 최대한 움직임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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