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빵과 우유”···코로나19가 바꾼 새벽노동 풍경

이두리·한수빈·유선희 기자

새벽 노동자들로 북적이던 먹자골목 한산
거리두기 상향에 새벽 5시까지 영업 못해
“절반으로 준 매출, 방역 강화로 더 줄어”

21일 새벽 3시쯤 찾은 송파 가락시장에서 운반차들이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21일 새벽 3시쯤 찾은 송파 가락시장에서 운반차들이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새벽 시간 서울 중구 의류도매상가와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북적이던 주변 ‘먹자골목’이 한산해졌다. 수도권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상향돼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1일 오전 3시20분, 중구 신당동 먹자골목 일대는 오가는 행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평소에는 보통 새벽 2시부터 인근 중구 의류도매상가 직원들이 끼니를 때우기 위해 찾는 곳이다. 한 도매상가 앞에서 만난 노동자는 “밥 먹을 데가 없다”고 했다.

오전 4시가 되자 식당 문을 여는 상인들이 하나둘 눈에 띄었다. 소곱창집을 운영하는 한영범씨(47)는 “요즘은 새벽 4시부터 영업 준비를 하고 5시부터 손님을 받고 있다”며 “그나마 시장 분들이 많이 와주시지만 아무래도 새벽에 영업을 할 수 없으니 매출이 줄어 힘들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최성문씨(45)도 “원래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영업을 했는데, 당장 새벽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매출이 반으로 줄었고 거리 두기 4단계 상향으로 그 매출의 3분의 1이 또 줄었다”고 했다.

21일 오전 서울 신당동 먹자골목 일대의 한산한 모습. 이두리 기자

21일 오전 서울 신당동 먹자골목 일대의 한산한 모습. 이두리 기자

송파구 가락시장 근처에 위치한 먹자골목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오전 3시쯤 찾은 골목은 가게 불이 모두 꺼져 썰렁한 모습이었다. 농수산물 판매를 위해 야간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마트에서 빵과 우유를 사다 먹는다고 한다.

노동자 이모씨(61)는 “새벽시간 밥 먹기가 애매해 집이 가까운 분들은 집에서 먹기도 하고 거리가 먼 사람들은 빵이나 우유로 해결한다”며 “코로나19 전에는 식당 문이 다 열려 있으니 어디서든 식사가 해결됐는데 지금은 새벽 5시 이후에야 문을 열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시장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영순씨(69)는 “코로나19로 매출이 5분의 1로 줄었는데, 4단계 상향으로 아예 끊겼다고 봐도 된다”며 “아침 끼니를 해결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거의 없고, 이제는 오후 시간대에도 손님들이 없다”고 했다.

반면 가락동 일대 유흥가에서는 이날도 심야 불법영업이 적발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송파경찰서는 이날 새벽 0시40분과 3시50분쯤 가락동에 있는 노래연습장 2곳을 단속해 업주 1명과 종업원 1명, 손님 18명 등 20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유흥업소가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소방·구청 주무관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경찰은 손님에게 술을 판 업주들은 음악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도 소속 지방자치단체에 고발할 예정이다.

송파구 일대에서는 지난 보름 사이 가락동에서 86명, 방이동에서 19명 등 105명이 집합금지 시간을 어기고 유흥을 즐기다 방역수칙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10일 6명 입건을 시작으로 12일 31명, 17일 16명, 19일 19명, 21일 20명이 붙잡히는 등 좀처럼 적발 인원이 줄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에 따르지 않는 곳들이 여전히 많다”며 “방역수칙 위반 신고가 들어오면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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