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홀짝제' 캠페인에 '제발 휴가 가세요' 안내방송···폭염이 낳은 아파트 정전 대책들

유선희·김흥일·강은·문광호 기자
서울시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26일  ‘에어컨 홀짝제 운동실시’ 공고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26일 ‘에어컨 홀짝제 운동실시’ 공고문이 붙어 있다.

계속되는 폭염에 오래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정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자구책 차원에서 층수에 맞춰 시간대별로 에어컨을 번갈아 가동하자는 ‘홀짝 운동’ 캠페인을 벌이는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휴가를 가라’는 안내 방송을 트는 아파트도 있다.

26일 오전 찾은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옆에는 ‘에어컨 홀·짝제 운동실시’라는 관리소장 명의의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에어컨을 홀수층은 홀수 시간대에만, 짝수층은 짝수 시간대에만 가동하자는 내용이다. 에어컨이 여러 대인 집은 1대만, 세탁기는 오전에만 사용해 달라는 권고도 있었다. 용량 초과시 정전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다. 예년에는 한여름에도 ‘전력피크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전기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정도의 공지만 있었지만 올해는 절전 안내 단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이 아파트는 5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로 준공된 지 30년이 넘었다.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2018년을 포함해 여름철마다 크고 작은 정전 피해가 이어졌다. 올여름에도 지난 23일 오후 7시25분부터 35분까지 10분간 824세대가 정전 피해를 봤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자동차 홀짝제처럼 에어컨도 홀짝제로 운영하자는 것”이라며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해도 확실히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관리소에서 자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인 40대 A씨는 “대단지인 만큼 동시간대 전자제품 사용도 많아 매년 여름 정전이 걱정된다”면서 “공동체 의식이 있으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홀짝제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입주민 B씨(27)는 “홀짝제 운영은 처음 들어봤다”며 “캠페인이라고 해도 강요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노후아파트 게시판에 공지된 절전 안내 게시물로, 휴가를 적극 권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 송파구의 한 노후아파트 게시판에 공지된 절전 안내 게시물로, 휴가를 적극 권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준공 40년이 넘은 송파구의 또 다른 아파트도 올여름 정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전기팀장은 “에어컨이나 인덕션 등 전력소모가 큰 제품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을 세대 현관과 엘리베이터에 다 붙여놓고, 거의 매일 방송으로 ‘집에 있으면 전자제품을 많이 사용하니 제발 휴가 좀 가셔라’고 권장한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는 2017년 유입 변압기 내부의 절연유를 한차례 교체하는 등 정전 방지 대책을 세우고는 있지만 한여름 전력 소비가 집중되는 늦은 오후부터는 소비량이 하도 많아 정전이 가끔 발생한다고 한다.

쉼없이 이어지는 무더위에 정전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지난 25일 밤에만 서울 노원구를 비롯해 용산구, 고양시 일산서구, 인천 부평구 등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오후 9시18분쯤 정전으로 승강기가 멈춰 서는 일이 벌어졌다. 아파트 관리자의 복구로 3분 만에 전기 공급이 재개됐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같은 날 오후 7시7분쯤 용산구 한남동의 아파트에서도 정전이 발생해 300여 세대에 1시간 넘게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6일까지 한전에 접수된 아파트 정전 피해건수는 180건에 이른다. 25년 이상 된 노후아파트에서 발생한 정전이 54건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한전 관계자는 “아파트 정전은 여름철인 7~8월에 집중되는데 폭염이 심한 올해는 아파트의 전기설비 과부하로 인한 고장증가가 우려된다”며 “과부하로 인한 고장을 예방하고, 전기설비 열화상 진단과 노후 변압기 교체비용 지원 등을 통해 전력사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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