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이…7년의 ‘세월’은 떠나도 ‘기억’은 저장

문광호·민서영 기자

세월호 ‘기억공간’ 7년 만에 이전…광장 내 재설치는 미지수
착잡한 유족들은 “아프지만 저희 욕심만 부릴 순 없으니…”

세월호 유가족들이 2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세월호 조형물을 서울시의회로 옮기고 있다. 2014년 7월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장 천막이 처음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지 7년여 만에 세월호 추모공간은 광화문광장을 떠났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세월호 유가족들이 2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세월호 조형물을 서울시의회로 옮기고 있다. 2014년 7월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장 천막이 처음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지 7년여 만에 세월호 추모공간은 광화문광장을 떠났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기억·안전 전시공간(기억공간)’ 내부에 놓인 아이들 사진 앞에 유가족들이 섰다. 가만히 아이들 사진을 올려다보는 유족들의 얼굴은 착잡해 보였다. 세월호 축소 모형이 기억공간을 빠져나갈 때도, 아이들 사진을 일일이 포장해 상자에 넣을 때도 유족들의 표정은 담담했다. 아이들 사진은 꽃잎으로 장식됐다. 유족들이 직접 따다 꾹꾹 눌러 담아 만든 꽃누르미(압화)였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억공간을 서울시의회 임시 공간으로 자진 이전한다고 밝혔다.

희생자 사진 등 기억공간 내 물품은 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으로 옮겨 보관·전시하고, 기억공간 목조건축물은 유가족과 시공사가 직접 해체해 안산 가족협의회로 옮기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사진이 옮겨지는 것은 2014년 7월 광화문 분향소가 설치된 지 7년 만에 두 번째다. 2019년 3월 희생자 영정은 기억공간 설치를 위한 세월호 천막 철거로 광화문광장을 떠나 서울시청에 임시 보관됐다. 기억공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2019년과 달리 이번에는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유가족들이 기억공간 물품을 직접 옮겼다. 유가족 박윤수씨는 “착잡하다. 어제 이전하기로 결정되고 기억공간 안 벤치에 혼자 앉아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각자가 이겨내야 되는 거니까 어쩔 수 없다. 저희 욕심만 부릴 순 없지 않나”라고 했다. 4·16연대 회원인 박건형씨(50)는 “유가족들이 피해자이면서도 움츠러들어 있는 것 같다”며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니 계속 진실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사가 완료된 후 광화문광장에 기억공간이 재설치될지는 미지수다. 유족들도 종전과 같은 크기로, 같은 장소에 기억공간이 재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가족협의회는 광화문광장이 재조성되면 기억공간을 어디에, 어떻게 둘지를 놓고 서울시의회를 통해 서울시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유경근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저희들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이후 사업 취지에 맞으면서, 세월호 참사는 물론 광장에서 일어난 수많은 민주주의의 역사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협의해보자는 것”이라며 “지상에 어떤 시설물, 건축물도 들어서지 않도록 하겠다는 사업 취지를 어기지 않으면서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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