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금메달에 ‘숏컷·여대’ 왜 따지나···때아닌 '페미 낙인' 와글와글

유선희·이두리 기자
여자 양궁 국가대표 안산이 25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 8강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활을 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양궁 국가대표 안산이 25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 8강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활을 쏘고 있다.  연합뉴스

‘9회 연속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이란 쾌거를 이룬 한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 선수를 향해 황당한 공격이 벌어지자 대항양궁협회 자유게시판에 ‘선수를 보호해달라’는 요청 글이 쇄도하고 있다.

최근 일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의 짧은 ‘숏컷’ 헤어스타일과 ‘여대’ 출신을 문제 삼는 글이 이어졌다. ‘숏컷에 여대는 페미니스트’라는 전제를 깔고 안 선수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안 선수의 개인 인스타그램을 찾아 ‘페미를 해명하라’, ‘한때 널 응원했던 한남(‘한국 남자’의 비하)이다’는 식의 조롱 댓글을 달면서 메달 반납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안 선수에 대한 ‘사이버 불링(온라인상 집단 괴롭힘)’이 도를 넘자 대항양궁협회 자유게시판에는 29일 하루에만 2000건 넘는 글이 올라왔다. “어떤 머리 모양이던지 선수의 실력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사안을 중대하게 받아들이고 강력하게 조치해 주세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선수를 비난하고 모욕하는 사람들로부터 선수를 보호해주세요”, “다른 머리 짧은 여자 선수가 국가대표가 된다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날 겁니다. 협회에서 적극 개입해야 합니다”, “‘페미 논란’ 테러를 일으켜 여성혐오를 일삼는 것에 단호히 대처해주세요” 등 내용이다.

양궁협회 관계자는 “안 선수의 경기가 아직 남아 있는데 이슈화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럽고 당혹스럽다”며 “선수의 의사가 중요한데 경기를 앞두고 있어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협회가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데, 저희는 선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20·광주여대) 선수의 헤어스타일을 두고 페미니스트 논쟁 벌어진 것과 관련, “페미 같은 모습이라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염색된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의 과거 사진을 공유하며 “짧은 머리, 염색한 머리, 안 한 머리.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여성이 페미니스트”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20·광주여대) 선수의 헤어스타일을 두고 페미니스트 논쟁 벌어진 것과 관련, “페미 같은 모습이라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염색된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의 과거 사진을 공유하며 “짧은 머리, 염색한 머리, 안 한 머리.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여성이 페미니스트”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치인과 연예인 등 각계각층에서도 안 선수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 등에 “‘페미 같은’ 모습이라는 건 없다. 긴 머리, 짧은 머리, 염색한 머리, 안 한 머리.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여성이 페미니스트”라고 적었다. 신체심리학자 한지영 교수는 “스포츠 선수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왜 머리를 자르나’ ‘혹시 페미인가’ 등 몰상식한 질문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연예인 구혜선씨은 “‘페미니스트’의 의미가 왜곡된 상징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자의적 기준으로 ‘페미’ 여부를 감별해 비난 공세를 퍼붓는 일은 처음이 아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밝힌 아이돌 가수와 배우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악플과 조롱으로 도배되는 일은 지금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머리 길이와 옷차림, 말투 등으로 ‘페미’ 여부를 판단한 뒤 낙인을 찍어 공격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마치 과거에 우리가 어떤 실마리를 가지고 ‘빨갱이냐 아니냐’로 구분짓고 특정 인물을 공격해서 사회적 지위를 박탈해버린 것과 같다”며 “온라인이라는 특성상 사람들을 동원하고 선동하기 쉬워지면서 신상털이식 검열이 훨씬 더 집요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숏컷이라는 이유로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은, 능력주의 이전에 여성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했다. 오찬호 사회학자는 “여성할당제 폐지 요구와 같이 특정 성향의 온라인 커뮤티니에서 공유되던 이야기가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공론화되면서 조롱과 혐오 표현도 수면 위에서 당당하게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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