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수도권·비수도권 인구 역전 늦췄지만…지역 성장 거점 역할엔 ‘한계’

박채영 기자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10년

“지역에서는 공공기관 2차 이전에 기대가 정말 커요.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어요.”

지난 15일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정문 건너편과 한전 서쪽의 너른 부지에 잡초가 무성했다. 계획대로라면 민간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한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야 할 자리이지만 2014년 분양된 이후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상가구역에는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린 건물들이 곳곳에 보였다.

공인중개사 A씨는 “상가 공실률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높았다”면서도 “공공기관들이 더 내려오면 그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비수도권에서는 지역의 활력을 되살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균형발전박람회에서 “차기 정부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주가 시작된 지 10년을 맞았지만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했다는 ‘절반의 성공’론과 자생력을 갖춘 성장 거점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지난 6월 현재 전국 10개 혁신도시 인구는 22만9401명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66.5%로 공공기관 이전이 거의 마무리된 2017년 12월에 비해 8.4%포인트 증가했다. 기혼자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53.7%다. 예상보다 이주율이 낮다는 평가, 정주여건이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이주율이 낮지 않다는 평가가 교차한다.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나온 2005년만 해도 409개 공공기관 중 346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수도권 공공기관 153개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혁신도시로 순차 이전했다. 국토연구원은 ‘혁신도시 15년의 성과 평가와 미래발전 전략’에서 혁신도시 정책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구 역전 시점이 약 8년 늦춰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2005년에는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앞지를 시점을 2011년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앞지른 시점은 2019년이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본격화된 2013~2016년에는 수도권 유입 인구가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이전이 거의 완료된 2017년부터 수도권 유입 인구는 다시 늘어났다. 혁신도시가 지역의 성장 거점으로 자리 잡는 데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민간기업·대학·연구소가 한데 어울려 네트워킹을 형성하고 집적효과를 내기 위해 조성된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는 분양률과 입주율이 기대에 못 미쳤다. 2020년 3월 기준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산학연 클러스터 분양률은 66.1%(311만4000㎡ 중 205만7000㎡)에 그쳤다. 분양된 면적 대비 입주율은 44.4%(204만5000㎡)로 더 낮았다.

전문가들은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지역 안배’가 중시되면서 선택과 집중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환 국토연구원 국가균형발전센터장은 “혁신도시를 3~4곳만 만들어 선택과 집중을 했다면 도시가 빨리 성장하는 장점이 있었겠지만, 각 지방의 사정을 고려하면서 공공기관이 여러 곳으로 분산됐다”고 말했다. 진종헌 공주대 지리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을 여러 곳에 분산 이전하는 방식으로는 규모의 경제·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힘들다”면서 “광역단체별로 나눠주는 형태를 바꾸고 지역 특성에 맞는 기관을 배치하는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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