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제주, 미리 가 본 미래(3)

트램은 도시를 기후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

박은하 기자
프랑스 제2의 도시 리옹의 트램 정거장 주변으로 시민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리옹은 보행자, 대중교통, 자동차, 자전거가 균등하게 도로를 점유하는 방식으로 도시구조를 개편하기로 결정하고 2001년부터 트램을 도입했다. 대전세종연구원 제공

프랑스 제2의 도시 리옹의 트램 정거장 주변으로 시민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리옹은 보행자, 대중교통, 자동차, 자전거가 균등하게 도로를 점유하는 방식으로 도시구조를 개편하기로 결정하고 2001년부터 트램을 도입했다. 대전세종연구원 제공

인구 줄며 밀도 낮아진 지방 도시
경제·환경 고려, 트램에 눈돌려
착공한 서울 위례선 비롯해
대전·부산·울산 등 설치 추진

“운전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만 승용차를 이용해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이곳도 서울만큼 대중교통이 잘돼 있다면 굳이 차를 사지 않았겠죠. 하지만 차 없이 살려면 너무 불편해요.” 충북 청주시에 사는 반주영씨의 얘기다.

청주시의 인구는 약 85만명이다. 수도권인 경기 성남시 인구(약 93만명)보다 적지만 면적은 청주(940.3㎢)가 성남(141.6㎢)보다 6배 이상 넓다. 청원군을 통합하고 청주 도심 외곽에 오송·오창 신도시를 개발해 면적이 넓어졌다. 새 아파트가 즐비한 신도시로 도심에 살던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도시의 밀도는 느슨해졌다. 밀도가 느슨한 도시에서 대중교통을 운영하려면 돈이 더 든다. 정부가 대중교통에 돈을 쓰는 일도, 시민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도 점점 더 비효율적인 일이 되고 만다. 지방 도시들이 빠진 ‘자동차 개미지옥’이다.

도시를 살리고 교통 부문의 탄소배출도 줄일 묘수로 트램(노면전차)이 떠오르고 있다. 서울 위례선이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착공했으며, 대전과 부산도 트램 설치를 확정짓고 노선, 차종 등을 논의하고 있다. 청주, 성남, 인천, 대구, 울산, 고양, 창원, 부천, 시흥, 구미 등도 트램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트램은 1960년대 지하철과 자동차에 밀려 세계 각지에서 퇴출됐지만 1990년대 이후 부활하고 있다. 지하철보다 건설비용이 저렴하고,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고, 바닥과 지면 높이가 비슷해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노약자들도 쉽게 탑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대중교통협회(UITP)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389개 도시가 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트램 도입을 추진하는 국내 도시들이 롤모델로 곧잘 드는 도시는 프랑스의 리옹이다. 프랑스 제2 광역도시인 리옹의 인구는 150만명으로, 대도시답게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하철 노선을 4개까지 늘렸지만 1986~1995년 자동차 대수는 38% 증가했다. 2001년 트램 2개 노선이 개통한 뒤로 변화가 찾아왔다. 자동차 대수는 2006~2015년 11% 감소했다. 자동차 없는 가구의 비율은 22%에서 29%로 늘었다. 1995~2015년 자동차의 수송분담률은 53%에서 44%로 떨어졌고, 대중교통 이용률은 13%에서 19%로 높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트램이 도시구조를 바꾼다는 목표를 갖고 계획적으로 설계돼 가능했다.

리옹은 1992년 교통계획을 수립하면서 시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 자동차 간 균등한 공간분할을 원칙으로 하는 도시개조 계획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리옹의 트램 노선은 총 7개이다.

국내 도시들도 트램을 도입해 자동차를 줄일 수 있을까. 트램 도입 찬성 여론이 높아졌다는 점은 희망적인 부분이다. 자동차를 대중교통으로 어느 정도 대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전보다 높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민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트램을 추진하는 도시는 많지 않다. 오히려 정부가 밀어주는 신기술을 얼마나 빨리 채택하느냐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이 국가 연구·개발(R&D)사업으로 개발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를 활용한 트램을 들여오려다 경제성과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부산, 대전이나 아직 미성숙한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 수소트램 도입을 추진하는 울산이 대표적이다.

교통체계 전반에 대한 고민 없이 ‘신기술’에만 초점을 맞춰 트램을 들여오면 전기차, 수소차, 버스, 트램이 뒤섞여 총교통량만 많아지는 도시가 될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램을 통해 탄소감축을 이뤄내려면 단지 트램만 도입할 것이 아니라, 도시의 통합교통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잘 운영할 수 있는 민주적 운영체계까지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유자전거 체계를 활성화하고 자전거 전용도로도 대폭 늘려 트램 정거장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고, 버스 노선과 트램 노선의 유기적인 연결성을 높이는 방안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련기사: [탄소중립 제주, 미리 가 본 미래③]육지보다 10년 앞선 제주의 전기차 시대…내연차도 늘어 탄소중립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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