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식자재값에 취약계층 아동 급식 ‘버겁다’

조해람 기자

고물가에 우크라 전쟁 겹쳐 한정된 예산서 구입비 ‘빠듯’

인건비 감당도 어려워져…일부 아동센터 급식지원 멈춰

경기 성남의 한 지역아동센터 급식교사 윤모씨(64)는 요즘 장을 볼 때마다 근심이 많다. 최근 들어 부쩍 오른 식자재값 때문이다. 성남 구시가지에 있는 이 센터는 취약계층 아동이 자주 이용한다. 집에서 제대로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아이들은 센터에서 저녁을 해결 한다.

어려운 아이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고 싶지만 식자재 주문을 넣다 보면 근심이 앞선다. 그렇지 않아도 채소값이 오름세였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기·야채·기름 가릴 것 없이 모든 식자재의 가격이 뛰었다. 윤씨는 5일 “비용 부담이 늘었는데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돼 있다 보니 양과 질이 조금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좋은 것만 먹이려 노력하는 곳인데도 어쩔 수 없이 야채 비중을 늘리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했다.

취약계층 아동의 밥상이 위협받고 있다. 아동의 ‘밥’을 책임지는 지역아동센터의 급식 재료값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지난달 25일 기준 밀(소맥) 선물가격은 t당 405달러로 지난해 말(283달러)보다 43.0% 올랐다. 일부 센터가 재정 부담에 급식 지원을 포기했다는 말도 나온다.

지역아동센터 급식 예산은 아동 1인당 고정된 금액을 지방자치단체가 선지급한다. 아동 1인당 식대는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고정되는데 식자재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뛰니 식사의 양과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를 예로 들면 아동 1인당 한 끼 7000원의 급식비가 나온다. 이 금액에서 재료값과 급식교사 인건비, 주방자재 비용 등 급식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치른다. 선지급된 금액은 매월 아동 출결 상황에 따라 환급한다. 한 아이가 3회 결석했다면 그만큼에 해당하는 급식비는 다시 지자체에 돌려주는 식이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급식 재료값이 늘면 여러 부담이 생긴다. 우선 급식비의 20%까지 쓸 수 있는 급식교사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자 부담은 더 커졌다.

경기 부천의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박희주 센터장은 “체감상 2~3배는 재료값이 오른 것 같다. 우리 센터는 초등학생들이 많아 그나마 덜 나가지만 중학생이 많은 센터는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급식교사 인건비 지원 여부도 지자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성남시는 급식교사 1인당 약 87만원을 제공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박 센터장이 있는 부천은 45만원을 지원한다.

일선 센터들은 급식교사 인건비 지원 등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남의 권정수 센터장은 “어린이집 같은 경우 급식비 한도 안에서 인건비를 쓰는 게 아니라 별도로 인건비가 나온다”며 “조리사 인건비가 급식비에서 분리돼야 한다. 비용이 불안정하면 제대로 된 급식이 버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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