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이 부른 물가 상승, 금리 이외 뾰족수 없어 ‘난감’

이윤주 기자

고물가, 어디까지 갈까

석유류가 주도…코로나 등 정부 통제 가능 사안 아냐
미국·독일은 7%대 진입…14일 금통위에 이목 집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여 만에 4%대로 치솟았지만, 마땅한 처방전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정부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물가 상승 요인이 전쟁, 코로나 위기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공급 측면에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올려 긴축 신호를 강하게 보내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어서 당장 총재 공백 속 오는 1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이목이 쏠리게 됐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공급 차질·구조적 변화 겹쳐

통계청이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31.2%나 올라 4%대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1.32%포인트로 4.1% 물가 상승률 가운데 1.32%포인트가 석유류의 몫이라는 뜻이다. 외식(6.6%) 및 가공식품(6.4%) 가격 상승도 눈에 띄는데, 농축수산물 같은 원재료값 상승이 소비자가격에 전가되고 일부 수요도 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최근의 소비자물가 상승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 세계화의 후퇴, 예기치 못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겹친 결과다. 우선 국제유가의 급등에서 보듯 감염병 위기와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주요 원자재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비용 측면의 효율보다는 공급의 안정을 중시하는 쪽으로 세계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미국과 유로존 주요 국가에서 40년 만에 사상 최고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나타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최근 물가 상승은 공급 충격의 의미가 강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이 종식되고 러시아와 서방 관계가 정상화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을 카드는 매우 제한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현재로서는 유류세 인하, 할당관세 확대, 농축수산물 수입처 다변화 정도 외에는 뚜렷한 대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당분간 4%대, 4월 기준금리는?

당분간 물가는 5%대에 이르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미국과 독일은 7%대에 진입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하고, 올해 연간 상승률도 한은의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면서 “지난 2월 전망에 비해 향후 물가경로의 상방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연평균 유가 수준이 지난 2월 전망 당시 전제(두바이유 기준 83달러)를 큰 폭으로 상회할 가능성이 큰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까지 겹쳐 국내 물가의 상방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식량 가격 강세에 따른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물가 상승도 물가경로의 상방 위험 요소로 거론됐다. 심각한 물가 압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언제 추가로 올릴지도 관심사가 됐다. 기준금리로는 공급 측면의 물가를 잡는 데 한계가 있지만 긴축 신호를 보내고, 불안한 물가 심리를 잡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금통위 의사록 등을 보면 지난 2월 회의에서도 금통위원 대다수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4월이냐, 5월이냐’ 하는 시기가 관건이다.

물가가 성장보다 더 급하기 때문에 한은이 4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과 한은 총재가 공석인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성장이 둔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5월에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 일정이 잡히지 않아 오는 14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총재 없이 주상영 위원 주재로 열린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물가 상승률이 4%대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방 압력이 높은 수준을 이어간다면 한은이 고물가 대응을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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