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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에 새 미군 기지 들어선다

강연주·이홍근 기자

2024년 착공, 2026년 10월 완공…2년 전 문재인 정부와 합의

‘집무실 200m 이내 기지’는 미군이 주둔하는 20개국 중 유일

미국과 재협상 벌여 옮길 땐 수천억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과 바로 맞닿은 곳에 미군 잔류기지가 마련된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과 바로 맞닿은 곳에 미군 잔류기지가 마련된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한·미 정부가 2년 전 서울 용산 ‘드래곤 힐’ 호텔 일대 10만㎡ 부지에 주한미군 잔류기지를 건설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부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 집무실로 쓰이는 기존 국방부 청사 바로 옆에 있다. 정부가 미국과 새로 협상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 집무실과 주한미군 부대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위치하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앞선 한·미 합의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전격 이전하면서 비롯된 일이다. 미군이 주둔하는 20개국 중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미군부대가 주둔한 사례는 없다.

5일 경향신문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한·미 정부는 용산 ‘드래곤 힐’ 호텔 일대 10만㎡ 부지에 주한미군 잔류기지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주한미군 잔류기지가 들어설 곳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바로 맞닿은 부지로, 전체 203만㎡에 달하는 용산공원 예정지 한가운데 위치한다.

용산 잔류기지는 2004년 체결한 한·미 협정 및 합의서에 근거해 추진되고 있다. 용산기지이전협정에는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는 대한민국 정부기관과의 연락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 서울에 부대 일부를 유지한다’ ‘주한미군사는 용산 사우스포스트 부지에 있는 드래곤 힐 호텔(DHL, Dragon Hill Lodge)을 유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용산 주한미군 잔류부지 합의 현황.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용산 주한미군 잔류부지 합의 현황.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한·미 양국은 2011년 5월, 2013년 11월, 2020년 6월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미군 잔류기지를 선정해왔다. 국방부에 따르면 용산 잔류기지 부지는 2020년 한·미가 ‘드래곤 힐’ 호텔 일대 10만㎡로 합의한 이후 현재까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 5월10일자로 집무실을 과거 국방부 청사 자리로 이전해 변수가 생겼다. 2020년 합의한 대로 잔류기지가 세워질 경우 대통령 집무실과 주한미군 기지가 담벼락 하나를 놓고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군이 주둔하는 20개국 중 대통령 집무실 200m이내에 주한미군 부대가 있는 사례는 없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한국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는 외국군 기지를 바로 옆에 들이는 것은 주권을 제약하는 상징처럼도 보여질 수 있다”며 “주한미군 기지라는 완전한 치외법권 지역을 대통령 집무실, 한국의 심장이 되는 곳 바로 옆에 마련하는 것은 국격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미국과 다시 협상을 벌여 잔류기지 부지를 서울 내 다른 곳으로 옮길 경우 수천억원의 기반시설 조성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주한미군 잔류기지 건설은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용산공원 조성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잔류기지를 완공한 이후에야 발암물질이 대거 검출된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용산 미군기지 지하에 상수도, 통신, 전기 등 기반시설이 내재돼 있는 상황이라 기존에 있었던 군 관련 시설들을 모두 새로운 잔류기지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땅을 파는 등 토지 오염 정화 작업에 착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용산공원 예정지의 토지 오염도를 정화하고 공원화를 완료하기까지 7년가량 소요된다고 밝혔다. 한·미가 합의한 대로라면 잔류기지는 2024년 10월 착공해 2026년 10월 완공된다. 그로부터 7년이 경과한 2033년이 되어야 안전한 공원을 개장할 수 있다.

정부는 주한미군 반환부지 일부를 오는 10일부터 ‘시범·임시개방’할 예정이다. 정부는 반환부지 일대에서 공원 조성 가능치를 초과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지적에 대해 “이 공원을 주 3회 하루 2시간씩 25년간 누적 이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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