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강제 징집해 프락치 강요…일부 전향해 정보원 활동

이홍근 기자

김순호 경찰국장 연루 의혹 신군부 ‘녹화공작’이란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내 경찰국 사무실 앞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내 경찰국 사무실 앞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1981년 12월1일 대통령 전두환씨는 학생운동이 확산하자 시위 가담 학생들에 대한 강제 징집을 지시했다.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대공처는 징집당한 학생들의 이념을 바꿔 ‘프락치’로 활용하는 대공 활동을 전씨에게 제안했다. 신군부 ‘녹화공작’ 사업의 시작이었다.

1982년 9월부터 1984년 12월까지 집계된 녹화공작 대상자는 총 1192명이다. 1984년 한국기독교학생회총연맹, 대한가톨릭대학생전국협의회, 민주화운동청년연합 등 5개 단체가 녹화공작을 공론화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사업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노태우 정권 때까지 ‘선도공작’으로 이름만 바꿔 암암리에 사업이 진행됐다. 피해를 입은 학생은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군부의 공작으로 의문사한 사례도 많다. 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윤성(성균관대 81학번), 김두황(고려대 80학번), 김용권(서울대 83학번), 이진래(서울대 77학번), 정성희(연세대 81학번), 최온순(동국대 81학번), 최우혁(서울대 84학번), 한영현(한양대 81학번), 한희철(서울대 79학번)씨 등 9명은 녹화·선도공작 과정에서 사망했다.

의문사 피해자 중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는 이윤성씨 유족이 최초다.

이씨는 전역을 8일 앞둔 1983년 5월4일 사망했다. 헌병대는 이씨가 “월북을 기도한 혐의로 조사받던 중 두려움으로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00년 의문사진상규명위 조사 결과 당시 헌병대 발표는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이씨의 입영 자체가 병역법을 위반한 강제 징집이며,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다고 인정해 유족에게 5억2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녹화공작 대상자 중에는 전향해 신군부의 정보원이 된 사례도 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는 2007년 “조사 활동을 통해 과거 정보기관이 운동권 학생에 대해 순화·역이용 공작을 실시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1989년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해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을 받는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도 녹화공작 대상자였다. 김 국장의 활동내역이 담긴 ‘존안자료’는 현재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불법징집과 보안·기무사령부 불법공작 진실규명 공동신청인단’은 “김 국장은 녹화공작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이에 굴복한 변절자임이 확인됐다”며 “분노를 감출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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