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호 강제 징집 후 ‘정보원 역할’ 맡은 듯

이홍근 기자

1983년 보안사 ‘녹화공작’ 대상

성균관대 학생운동 동향 보고

국가기록원 ‘존안자료’에 남아

전역 이후 공작 활동 지속한 듯

김순호 강제 징집 후 ‘정보원 역할’ 맡은 듯

1989년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해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을 받는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사진)이 1983년부터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정보원 역할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김 국장이 녹화공작 대상자로 강제 징집돼 군에 복무하면서 모교인 성균관대 교내 서클 동향을 보고했고, 전역 후에도 같은 활동을 이어갔다고 했다.

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 국장은 성균관대 재학 중이던 1983년 학생운동을 하다 녹화공작 대상자로 군에 입대했다. 녹화공작이란 보안사가 민주화운동을 하던 학생들을 군에 징집한 뒤 교내 동향 등을 수집하도록 강요한 일이다.

김 국장은 성균관대 주요 이념 서클의 동향보고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국장이 담당한 서클은 농촌문제연구회, 동양사상연구회, 휴머니스트, 심산연구회, 고전연구회 등 5개였다고 한다. 동양사상연구회와 심산연구회는 인노회 활동으로 구속된 뒤 고문 후유증 끝에 분신 사망한 최동 열사가 속했던 곳이다.

김 국장의 활동 내역은 그의 이름과 출신 대학, 소속 부대명이 명기된 ‘존안자료’에 남아 있다고 한다. 당시 보안사는 녹화공작 대상자의 공작 활동을 세세히 기록했는데, 김 국장과 관련된 자료 역시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이라는 것이다. 앞서 공개된 다른 녹화공작 대상자의 존안자료를 보면 대상자별 침투 목표와 임무, 실적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김 국장은 군대 전역 후에도 공작 활동을 이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보안사가 작성한 녹화공작 시행 지침에 따르면 대상자들은 전역 후에도 군과의 활동망을 유지해야 한다. ‘녹화·선도공작 의문사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대책위) 관계자는 “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에서 낸 보고서를 보면 (전역한 녹화공작 대상자를) 프락치로 활용한 대목이 있다”면서 “김 국장도 인노회 프락치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해 경찰에 특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88년 인노회 활동을 시작한 김 국장은 조직 내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다가 1989년 4월 무렵 자취를 감췄다. 이 시점을 전후해 인노회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전방위로 시작됐고, 관련자 18명이 연행돼 그중 15명이 구속됐다. 공교롭게도 김 국장은 1989년 8월 대공 특채로 경찰관이 됐다. 1982년 보안사 대공처가 작성한 ‘대공활동지침’에는 “의식화(녹화공작) 활동 과정에서 불순 활동 음모 및 유가치 특이사항 포착 등 성과 거양 시는 대공 성과에 준하여 포상한다”고 적혀 있다.

김순호 녹화공작 의혹에 “40년 전…기억 나겠나”

김 국장은 인노회 회원들이 잡혀간 뒤 경찰에 찾아가 자백했을 뿐이고 이들에게 불리한 진술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특채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김 국장은 이날 통화에서 녹화공작 의혹에 대해 “40년 전 (일이) 기억이 나겠느냐”고 했다. 이어 “존안기록은 나한테도 접근이 제한되는 자료”라며 “불법적으로 입수했는지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김 국장과 녹화공작 과정에서 의문사한 피해자들에 대한 존안자료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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