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지난 5년간 있던 다중인파 안전사고 대책···올해 경찰 안전 대책에선 빠졌다

이유진 기자    유경선 기자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현장 바로 뒷 골목인 이태원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김창길기자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현장 바로 뒷 골목인 이태원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김창길기자

이태원을 관할하는 서울 용산경찰서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핼러윈 치안 대책’에 다중인파 안전사고 대책을 넣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에는 ‘압사’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대책을 세웠다. 반면 올해 마련한 ‘치안 대책’에는 이같은 대책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용산서의 주 업무가 대통령실 경비 중심으로 바뀐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년 수준의 대책만 세워 실행했어도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2017~2022년 ‘핼러윈 데이 종합 치안 대책’ 문건에 따르면, 용산서는 2017~2020년 ‘이태원 일대 다중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우려’를 명시하며 대책을 세웠다.

2020년 대책에선 ‘안전사고 예방 및 조치사항’ 항목에 압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인구 밀집으로 인한 압사 및 추락 등 안전사고 상황 대비’를 명시하며 ‘112 타격대 현장 출동해 PL(폴리스라인) 설치 및 현장 질서 유지’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핼러윈 치안 대책에선 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대비 대책이 빠졌다. 질서 유지는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것을 막는 대신 무단횡단, 불법 주·정차 단속 등 교통혼잡 유발행위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뒀다. 주요 계획에는 ‘가용경력 총동원하여 핼러윈 불법·무질서에 엄정 대응’이라는 문구와 함께 마약투약 등 불법행위와 과다노출, 불법 모의총포(BB탄을 쏘는 총) 단속 등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대책에는 소음 단속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 담기기도 했다. ‘음향 기기 등을 활용한 야외 공연 등 소음 유발 행위가 지속할 경우 이태원파출소 등 관할 지역 관서에서 출동해 사건을 처리한다’며 소음채증팀 등을 운영해 적극적으로 조치하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도 올해 대책에선 빠졌다. 참사 당시 주변 소음은 시민들의 구조 요청이나 경찰·소방 등의 통제 지시를 전달하는 데 방해요인이 됐다.

지난해 계획에는 이태원 일대 주요 골목 10곳을 지정해 경찰기동대 60명이 고정 근무를 선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 바로 위쪽에도 지난해엔 경찰 5명과 구청 직원 1명이 배치됐다. 그러나 올해 대책에는 이 같은 고정 근무자에 대한 지침이 포함되지 않았다.

2017∼2020년 핼러윈 대책에 포함된 노점 시설 단속도 올해는 없었다. 불법 노점상은 사고 직후 구급차 통행을 방해해 인명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지난 5년간 있던 대책이 올해 빠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경찰이 치안대책을 세울 때는 전년 계획을 참고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한 경찰관은 “치안대책을 세울 때는 통상 전년도 계획을 참고한다”고 했다. 더구나 3년 만에 ‘노 마스크’ 핼러윈 데이를 맞는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견된 터다. 결과적으로 올해 대책이 바뀌면서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 셈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핼러윈 치안 대책이 바뀐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용산서 직원들 초과근무가 작년 대비 수백시간이 늘었다. 근무가 늘어나면 시야가 좁아진다. 과거 종로서가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이 있는 곳 관할은 업무가 그쪽으로 몰리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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