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광산 매몰사고 노동자 지하수·모닥불로 버텨…열흘만에 생환

김현수 기자
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지하 170m 갱도에 열흘째 고립된 노동자가 4일 구조당국이 준비한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지하 170m 갱도에 열흘째 고립된 노동자가 4일 구조당국이 준비한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노동자 2명이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고립된 지 열흘째로 221시간만에 구조됐다. 노동자들은 갱도 내부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고 비닐로 천막을 쳐 놓고 모닥불을 피우면서 생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당국은 4일 오후 11시3분쯤 고립 노동자 2명 구조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노동자 2명의 건강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매몰됐던 A씨(62)의 아들은 아버지의 기적적인 생환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은 “아버지가 너무도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서 갱도 밖으로 나왔다”며 “119대원분들과 가족들이 모두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구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들은 “무사히 살아 돌아오셔서 정말 고맙다. 앞으로 효도할 수 있게 아버지가 시간을 주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아버지는 동료 B씨(56)와 지난 26일 발생한 갱도 사고로 지하 170m에 아래에 열흘째 갇혀 있었다.

A씨의 아내 이모씨(63)도 남편이 지하 갱도에서 살아나오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처음에는 남편이 무사히 돌아온 것이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구조 연습을 하는 줄 알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어 “정말 감사하다. 구조대도, 모두가 노력해주셔서 남편이 살아 돌아왔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노동자들이 열흘 동안 버틴 갱도 내부 천막 안에서 4일 장작이 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노동자들이 열흘 동안 버틴 갱도 내부 천막 안에서 4일 장작이 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B씨의 친형도 지하에서 살아 돌아온 동생이 대견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 지하 170m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동생에게 전할 ‘손편지’를 썼다. 편지에는 구조상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아 고통스럽겠지만 살려는 의지를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B씨의 친형은 “포기하지 않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준 동생이 자랑스럽다”며 “모닥불을 피워놓고 비닐로 텐트를 쳐 추위를 견뎌냈다고 한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고립된 노동자들이 갱도 내부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며 버텨냈다고 파악했다. 또 비닐과 마른 나무를 이용해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우며 구조대를 기다린 것으로 봤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커피믹스를 밥처럼 드시며 버텨내셨다고 한다”며 “커피믹스가 떨어졌을 때는 (위에서) 떨어지는 물(지하수)을 드셨다고 한다. 저희하고 대화를 나누실 만큼 건강 상태는 괜찮았다”고 전했다.

A씨와 B씨는 구조당국이 암석을 파쇄할 때 사용한 발파 소리를 들으며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노동자들은 갱도) 안에 계실 때 발파하는 소리도 다 들렸다고 하셨다”며 “이런 작업 소리가 나면 희망을 품고, 또 안 들리면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두 분이 의지하면서 기다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두 광부가 직접 괭이로 암석을 파내 구조 시간을 앞당기기도 했다. 이들은 고립된 갱도에서 막혀 있는 구간을 괭이로 약 10m가량을 파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구조당국이 장비를 동원해 진입로를 확보해온 지점이다.

A씨의 아들 박씨는 “(아버지께서) 일단은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셨다”며 “너무 배가 고팠지만, 하루 지나니까 배고픈 것도 잊고 계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같이 가셨던 분과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며 버텼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5일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10일째 고립됐다가 구조된 보조 작업자 박모씨(56)가 병원에서 시력 보호를 위해 붕대를 감은 채 치료받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10일째 고립됐다가 구조된 보조 작업자 박모씨(56)가 병원에서 시력 보호를 위해 붕대를 감은 채 치료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아연채굴 광산의 제1 수직갱도 지하 46m 지점에서 갑자기 밀려 들어온 펄(진흙 토사)이 갱도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 펄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갱도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노동자 2명은 스스로 탈출했고, 3명은 업체 측에 의해 구조됐다. 업체 측은 밤샘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실패한 뒤 14시간이 지난 지난달 27일에서야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이 업체는 지난 8월에도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노동당국의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사고 신고 지연과 관련해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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