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참사 유족에게 비수 꽂는 ‘악성 댓글’…포털은 미온적 대처

윤기은 기자

부모 책임 물으며 “감성팔이”

유족들, 2차 가해 피해 호소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2차 가해를 막아달라”고 호소한 이후에도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참사 때마다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고 비방하는 게시글이 올라오지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사 희생자 유족 34명은 지난 22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6가지 요구안 중 하나로 2차 피해 방지를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참사가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책임이 아닌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희생자들에 대한 2차 가해에 반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며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는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에게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포털사이트의 관련 기사 댓글창에는 수십에서 수백건의 악성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희생자를 모욕하거나 ‘부모 책임’을 묻는 2차 가해성 댓글이었다. 유족에게 정치색을 입히는가 하면 “지겹다” “감성팔이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유족들의 ‘신상털기’를 시도하며 조롱하는 글도 올라왔다.

유족들은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전날 참사 희생자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는 KBS 인터뷰에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악성 댓글이 제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고 했다.

유족과 희생자에 대한 악성 댓글과 ‘신상털기’가 반복되고 있지만 포털사이트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3일 “인터넷에 올라온 혐오 발언과 허위 주장이 급속도로 확산해 참사 피해자, 유족들이 또다시 심각한 상처를 입고 고통받는다”며 “잘못된 정보가 사회적 여론인 양 둔갑되고 정치권으로 잘못 전달돼 건강한 공론장 형성을 막고 진실규명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클린봇’을 통해 악성 댓글을 관리하고 있으며, 뉴스 댓글창을 여닫는 권한을 각 언론사에 줬다”고 했다. 카카오 측은 “참사 이후 다음카페 등에 공지사항을 띄워 다음 서비스 내 게시글 및 댓글 작성 시 주의를 요청한 바 있으며, 피해자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게시글 및 댓글은 신고 기능과 모니터링을 통해 블라인드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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