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같았어요” 경우의수 뚫은 16강 진출에 광화문 ‘열광의 도가니’

유경선 기자
2022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대한민국-포루투칼 경기가 열리고 있는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 응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22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대한민국-포루투칼 경기가 열리고 있는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 응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와, 내가 이걸 보러 나온 거구나 싶었어요.”

“로또 같았어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확정지은 포르투갈전 거리응원이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사상 첫 ‘영하의 거리응원’ 현장인 만큼 초반 분위기는 추위로 다소 경직돼 있었다.

하지만 전반 26분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고, 후반 추가시간에 역전골까지 이어지며 광장은 기쁨과 함성으로 뒤덮였다. 경기를 승리로 마친 뒤에도 가나와 우루과이전 경기를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 했던, 극적인 16강 진출이었다. 시민들은 “영화보다 영화같은 승리”라고 자축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인 2일 오후 8시부터 광화문광장에는 붉은 악마 복장을 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경찰이 차로 세 개를 추가로 통제할 만큼 응원 열정이 가득했다. 시민들은 추위에 대비해 귀마개와 목도리, 담요, 핫팩 등을 준비했다. “춥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광장 바깥에는 ‘한파쉼터’가 마련됐다.

하트 모양 응원봉을 열정적으로 흔들던 유모씨(28)는 “제가 길거리 응원을 나올 때마다 우리 국가대표팀이 항상 이겼다”며 “16강 진출을 위해 꼭 이겨야 하는 경기인 만큼 한파를 뚫고 나왔다”며 웃었다. 가족들과 함께 모여 앉은 김태윤군(9)은 경기 시작 전부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군은 “손흥민·이강인·황희찬 선수가 한 골씩 넣어서 3대0으로 이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 5분 만에 선제골을 빼앗기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추위에 굳었던 시민들의 표정은 더욱 경직됐다. 분위기는 전반 15분 첫 코너킥이 나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전반 16분 포르투갈 골망이 흔들렸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오자 시민들은 머리를 감싸쥐고 탄식했다.

2022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대한민국-포루투칼 경기가 열리고 있는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 응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22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대한민국-포루투칼 경기가 열리고 있는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 응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전반 26분 김영권 선수의 발끝에서 기다리던 동점골이 터지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폴짝폴짝 뛰며 환호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얼싸안는 모습도 보였다. 박영웅씨(19)는 “선제골을 뺏겨서 너무 아쉬웠는데, 동점골이 들어가니 ‘내가 이걸 보려고 이 추위에 나왔구나’ 생각이 들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후반 추가시간에 황희찬 선수의 역전골까지 나오자 광장은 흥분으로 뒤덮였다. 시민들은 목이 쉬어라 “황희찬”을 연호하거나 울타리 밖 잔디를 뛰어다니면서 기뻐했다. 득점 장면이 리플레이될 때마다 함성이 이어졌다. 추가 시간 6분 동안 시민들은 눈을 가리거나 머리를 감싸쥐며 아슬아슬한 심정을 달랬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에도 시민들은 가나와 우루과이 경기 결과에 마음을 졸이느라 마음 놓고 기뻐하지 못했다. 2대0으로 앞서던 우루과이가 한 골을 추가하게 되면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마침내 가나와 우루과이 경기가 끝나자 정찬우씨(25)는 “몇 분 안 되는 시간 동안 너무 떨렸다”며 “우리가 2대3으로 졌을 때만 해도 가나가 너무 미웠는데, 오늘은 정말 예뻐 보인다”고 말했다.

연신 엄지손가락을 날리던 강근원씨(64)는 “내 평생에 이런 기분을 느낄 줄 몰랐다”며 “왜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서 환호하고 응원을 하는지 오늘에서야 알겠다”고 말했다. 함께 나온 시민들과 축하의 포옹을 나눈 강씨는 “20~30년은 젊어진 것 같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모씨(24)는 “16강 진출 경우의수가 다 들어맞았다. 로또 같았다”며 “첫 거리응원이었는데, 8강 진출 경기에도 또 나올 것”이라고 환호했다.

경찰은 인파를 관리하기 위해 경찰 기동대 11개 부대 등 인력 850명을 배치했다. 저체온증 환자가 나올 것을 대비해 한파대피소와 특수구조대 차량 등이 준비됐다. 지하철 2·3·5호선과 심야버스가 추가로 배치됐다.

2022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대한민국-포루투칼 경기가 열리고 있는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 응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22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대한민국-포루투칼 경기가 열리고 있는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 응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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