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 517억 든다더니…청와대 개방 등 간접비 포함 땐 수천억

유경선·강연주 기자

규모 놓고 갑론을박 여전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첫날인  지난 5월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 태극기와 봉황기가 함께 게양돼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첫날인 지난 5월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 태극기와 봉황기가 함께 게양돼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방부 이전·관저 공사비 등
정부·여당, 직접비용만 계산
야당 “미군기지 대체부지 등
장기적인 지출도 포함해야”

정부·여당과 야당·시민사회가 대통령실 이전 비용 규모를 놓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사비와 공사비 등 500억원 상당의 직접비용만 이전 비용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반면 야당·시민사회는 대통령실 주변 정비와 청와대 개방에 지출되는 금액 등 간접비용도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접비용에 간접비용까지 더하면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대통령실 이전에 517억원이 든다고 밝혔다. 용산 국방부 청사에 집무실을 새로 꾸리는 데 소요된 253억원, 국방부가 인근 합동참모본부 건물 등으로 이사하면서 발생한 118억원, 경호처 등 이사 비용 100억원,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비 46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20일 당선인 시절 발표한 496억원보다 21억원 늘어난 액수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3분기까지 이미 380억원을 대통령실 이전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국방부 재배치 비용과 청사 주변환경 정비 등에 총 172억7200만원을, 한남동 외교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바꾸는 데 20억9000만원을 썼다. 외교부는 한남동에서 떠나며 최소한의 집기류 등의 구입에 1억5500만원을 지출했다. 서울시는 청와대 소방대 이전 배치에 11억4900만원을 사용했다. 국토교통부는 용산공원 조성사업 지원에 4억원을 썼다.

문화재청은 청와대 개방 후 권역 관리 위임 및 운영에 90억5000만원을, 관람환경 조성 등에 6억2000만원을 지출했다. 경찰청은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경호부대 이전 비용으로 72억6400만원을 썼다. 민주당은 올해 4분기 지출 금액까지 더하면 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내년에도 상당한 예산이 이전 비용으로 지출될 예정이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청와대 복합문화예술공간 조성 사업에 편성된 예산이 210억1200만원에 달한다. 청와대 미술전시 운영에는 36억원, 대통령실 이전 1주년 기념 행사에 4억원이 편성됐다.

수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소요되는 비용도 있다. 민주당은 합동참모본부(합참) 이전 비용에 2980억원 이상, 경호·경비·방공부대 이전에 2000억원, 용산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에 들어설 예정이던 ‘잔류미군기지’ 대체부지 선정 비용에 3000억원이 소요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잔류미군기지 관련 비용은 기존에 미군이 숙박시설로 사용해온 ‘드래곤 힐 호텔’을 이전할 경우 발생할 비용이다. 전문가들은 ‘요구자 부담 원칙’에 따라 3000억원가량을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한 한·미 간 협정은 아직 첫발도 못 뗀 상태다.

시민사회는 대통령실 이전 비용의 세세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추계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재정 낭비가 있었는지,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소지는 없는지 봐달라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대통령실 이전 예산 집행이 ‘적법한 절차였다’며 감사 청구를 기각했다. 감사원은 참여연대에 보낸 ‘국민감사청구 심사위원회 결정’에서 “기획재정부 승인 등 국가재정법상의 절차를 거쳐 편성·집행한 것”이라며 “대통령실 이전 비용 산정은 어떤 비용까지 이전 비용에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감사 대상으로 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장동엽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막대한 예산이 내실있게 집행됐는지 등에 대해 적어도 감사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간접비용까지 낱낱이 밝히고, 야당은 ‘솔직하게 비용을 공개하면 예산을 인정해주겠다’는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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