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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의 2~3배 받고 재임대···새만금 농지 ‘불법 땅 장사’ 만연

박용근 기자    김창효 선임기자
1991년 착공된 새만금간척사업은 현재까지 22조원이 투입된 단군 이래 최대 국토개발사업이다.  농생명용지(점선)는 새만금 면적의 30%를 차지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1년 착공된 새만금간척사업은 현재까지 22조원이 투입된 단군 이래 최대 국토개발사업이다. 농생명용지(점선)는 새만금 면적의 30%를 차지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가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새만금사업지구 내의 농생명용지가 ‘땅 장사’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어촌공사로부터 농지를 임대받은 농업법인들 상당수가 직접 경작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재임대를 통해 불법 수익을 편취하고 있는 것이다. 농생명용지는 새만금 전체 면적의 30%에 달한다.

10일 경향신문이 한국농어촌공사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새만금 농생명용지의 전체 면적은 11개 공구 9430ha(2853만평)이며 이 중 6개공구 3225ha(976만평)를 2017년부터 일반영농법인 및 농업회사법인에게 임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계약은 용수공급 계획 등이 확정되지 않아 1년 단위의 일시사용계약을 하고 있지만, 2025년이 되면 본계약으로 전환되며 임대기간도 공구에 따라 5~30년까지로 바뀐다.

임대계약을 체결한 법인은 98개 법인이다. 새만금 주력농지인 농업특화단지는 11개 법인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공모방식(2017년)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사료작물재배지 등은 추첨방식(2020년)을 거쳤다. 염도가 높은 용지를 임대받은 45개 법인은 무상이지만, 53개 법인은 1년간 수백여만부터 수천만원까지 임대료를 농어촌공사에 내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결과 임대계약이 체결된 농업법인 가운데 상당수는 직접 경작 원칙을 어기고 농어촌공사에 내는 임대료의 2~3배를 받고 전대(재임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어촌공사와 농업법인 간 체결된 ‘새만금지구 매립지등 임대차 계약서’ 6조 7항은 ‘계약된 매립지등의 전대 또는 농작업의 전부 위탁 및 경작권의 양도행위’를 불법으로 규정, 계약을 해지토록 하고 있다.

새만금사업지구 내의 농생명용지 분포도.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사진 크게보기

새만금사업지구 내의 농생명용지 분포도.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전대를 통해 조사료를 경작 중인 한 영농법인 관계자는 “경쟁률이 높아 임대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에 계약이 체결된 법인으로부터 재임대를 통해 농작물을 경작하는 경우가 태반이며, 이런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면서 “농업법인은 불법 전대를 통해 자신들이 농어촌공사에 납부하는 임대료의 평균 3배 정도를 받아 챙긴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농업법인 간 약정서를 보면 농어촌공사로부터 30ha(9만평)를 임대받고, 1년간 500여만원을 납부하는 A농업회사법인은 B영농법인에게 1700여만원을 받고 경작행위를 양도했다. 계약기간은 농어촌공사와 계약한 기간인 2022년 7월1일부터 2023년 6월30일로 똑같다. 달라진 것은 농어촌공사와의 계약시 ‘을’이었던 A법인이 ‘갑’으로 둔갑됐고, 재임대를 받은 B법인은 ‘을’로 규정된 것이다. 약정서에는 비밀유지 의무조항까지 뒀다. 전대 계약과정에서 농어촌공사는 사라졌고, 농업법인 간 불법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전북 김제시내 한 영농법인 관계자는 “100ha(30만평)가 넘는 농생명용지를 임대 받은 회사법인으로부터 3년에 걸쳐 재임대 받아 농작물을 경작하고 있는 한 영농법인은 매년 1억여원을 임대료로 준다. 이 돈을 받는 회사법인이 농어촌공사에 납부하는 임대료는 5000여만원이니 두 배 장사를 한다. 계약이 체결된 법인의 80% 정도는 모두 이런 장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농법인 정 모씨는 “겉으로는 전대행위가 나타나지 않는다. 농기계 등을 원계약자가 위탁하는 것으로 등록시켜 문서상 합법화 시켜 놓고 실제로는 재임대를 받은 사람이 돈을 주고 경작하는 행태”라며 “원계약자들은 영농행위가 가능한 농기계 설비를 갖추지 않은 곳이 많다. 토질이 좋아 해가 갈수록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고 밝혔다.

새만금사업지구 농생명용지의  주력 용지인 5공구 농업특화단지에서 농작물이 재배되고 있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진 크게보기

새만금사업지구 농생명용지의 주력 용지인 5공구 농업특화단지에서 농작물이 재배되고 있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농어촌공사와 임대계약을 맺은 한 농업회사법인이 또 다른 영농법인과 전대 계약을 맺은 약정서.

한국농어촌공사와 임대계약을 맺은 한 농업회사법인이 또 다른 영농법인과 전대 계약을 맺은 약정서.

이 농지들은 지금까지 전기와 용수 공급 여건이 미비해 1년 단위로 일시사용 계약을 맺어왔지만 2025년에는 본계약이 체결된다. 특화단지의 경우 최대 30년간 점용권한이 생기며 땅을 매입할 수도 있다. 기득권을 이용해 법인 한 곳당 수십만평에 달하는 농지의 사실상 주인이 되는 셈이다.

새만금 농지를 놓고 농업법인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국내 4대 간척지 가운데 염도가 가장 낮아 밭작물 재배의 적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새만금용지에 대한 영농안정성을 평가한 결과 5공구의 경우 염도 함량이 0.1% 미만으로 밭작물도 재배가 가능할 정도로 양호했다. 통상 간척지에서 염도가 0.35% 이상이면 밭작물 재배는 어렵고 조사료 등의 농작물 식생만 가능하다.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 관계자는 “전대행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아 지난해 두차례의 전수조사를 실시했는데 위탁영농 사실만 확인했고, 불법 전대는 찾아내지 못했다”면서 “3월 중 재조사를 실시해 불법이 확인 되면 일시사용 계약 응모자격은 물론 본 계약 자격도 박탈하는 등 투명한 임대계약 로드맵을 재정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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