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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브로커, 특정 의사 콕 찍어 예약까지 대리···“유명 아이돌 래퍼도 고객”

이홍근 기자    김송이 기자

“뇌전증 진단 받게해 병역면제 처분

상담 과정 중 의사들과 커넥션 강조”

검찰, 의료계 로비 가능성 수사 중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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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면탈 혐의로 구속된 브로커 일당이 서울 소재 한 대형병원 신경과 의사를 지정해 의뢰인에게 소개한 뒤 진료 예약까지 대신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의사가 진단에서 약 처방까지 모두 도맡았으며, 이 의사로부터 뇌전증 진단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의뢰인 진술을 확보했다. 브로커 일당은 유명 아이돌 출신 래퍼도 자신을 통해 병역을 감면받았다고 실적을 홍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A씨는 2020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상황에 놓이자 병역을 연기하려고 네이버 지식인에 문의글을 올렸다. 그러자 브로커 구모씨가 자신의 명함을 답글로 단 뒤 A씨를 카페로 불렀다. 구씨는 A씨에게 “병역 면제를 시켜주겠다”며 병역 면탈을 제안했다. 구씨가 소개하는 병원에서 뇌전증 진단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4급 처분을 받고, 이후 약 처방 기록으로 복무 중단 신청을 해 5급 면제를 받는 방법이었다.

구씨는 A씨에게 서울 B병원의 C모 교수의 진료를 받으라고 했다. 병원 예약도 구씨가 대신했다. A씨는 C교수의 진료를 받으면서 구씨가 일러준 대로 뇌파 검사 중 허벅지를 꼬집어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는 2년간 C교수에게서 약을 처방받은 뒤 이를 근거로 지난해 6월 병역면제 처분을 받았다. A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구씨가 (의사까지) 연결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최근 병역면탈 혐의 피의자로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해 이같은 내용을 모두 진술했다.

이에 대해 B병원 관계자는 “(해당 교수는) 브로커 구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고, 검찰에 소환된 적도 없다”면서 “뇌전증은 돌발적으로 발작을 일으키기 때문에 마음만 먹고 속이려고 하면 의료진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구씨는 다른 상담 과정에서 의사들과의 커넥션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구씨의 상담 녹취록에서 구씨는 “병원을 당연히 지정해주고 의사도 지정이 된다. 저희가 시키는대로 하면 의사가 4급, 5급 진단을 내린다”고 했다. 구씨와 함께 브로커 활동을 한 김모씨는 의사에게 억대의 게런티를 준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 일당이 의료계에 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구씨는 유명인들과 법조계 자녀들의 신체등급도 낮췄다고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지인 D씨도 구씨에게서 병역 면탈 관련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 과정에서 구씨가 “래퍼 E씨도 나를 통해 4급을 받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E씨는 군 입대를 이유로 지난해 5월 TV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가 같은 해 9월 복귀했다. 이후 10월 “건강상의 이유”라며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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