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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가짜사업자 된 거야”···노동법 피하는 ‘가짜 3.3’ 꼼수, 모든 곳에 있었다

조해람 기자

노동자를 사업자로 위장 등록하는 ‘가짜 3.3’

첫 실태조사 결과···“모든 업종·직종에 만연”

나도 모르는 새 근로기준법 바깥으로 내몰려

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진 크게보기

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저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노동자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프리랜서입니까?” 아파트 마루시공 노동자인 최우영씨가 업체에 따졌더니 업체 관계자는 “그러게요”라고 답했다. 최씨에게는 근로계약서도 임금명세서도 없다. 정해진 곳에서 지시를 받으며 노동자로 일하지만, 업체에서 그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였다.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해 최씨는 하루 13~14시간씩 일한다. 그러나 임금체불을 항의하러 고용노동부에 가면 ‘노동자가 아니니 민사법원에 가라’는 답을 듣는다. 최씨는 “마루시공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근처에도 못 갔다”며 “이게 여러분이 사는 모든 아파트 마루를 시공한 우리의 현실”이라고 했다.

“너, 가짜사업자 된 거야”···노동법 피하는 ‘가짜 3.3’ 꼼수, 모든 곳에 있었다

4대보험·야근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피하려고 멀쩡한 직원을 ‘사업자’로 위장해 등록하는 관행이 전 업종·직종에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사업소득자’로 등록된 노동자 10명 중 7명은 구직과정 이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권리찾기유니온(권유하다)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가짜 3.3 노동실태 연구조사’를 발표했다. ‘가짜 3.3’이란 ‘3.3%의 사업소득세를 내는 노동자’를 뜻한다. 권유하다는 지난해 6월23일부터 10월20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상담한 노동자 중 ‘가짜 3.3’ 노동자 1008명을 추려 조사했다.

권유하다는 ‘가짜 3.3’ 계약을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가장 흔한 유형은 근로계약서에 4대보험 미가입, 사업소득세 3.3% 징수 조항을 대놓고 넣는 ‘무작정형’이다. 두 번째는 실질적으로 노동자이지만 위탁·용역·프리랜서 계약 등을 체결하고 독립된 사업소득자로 신고하는 ‘이상한 계약형’이다. 마지막은 직원을 개인사업자로 등록시키거나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사람과 계약하는 ‘사장님 위장형’이다.

권유하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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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결과 이 같은 ‘가짜 3.3’ 계약은 거의 모든 업종·직종에 확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표준산업 중분류 77개 업종 중 66개 업종에서 ‘가짜 3.3’ 노동자가 발견됐다. ‘음식 및 주점업’이 10.3%로 가장 많았고 ‘교육 서비스업’(9.8%), ‘금융 및 보험관련 서비스업’(8.1%) 등 순이었다. 직종별로 보면 한국표준직업 중분류 52개 직종 중 48개 직종에 ‘가짜 3.3’이 있었다. 비율은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이 11.6%, ‘상담·안내·통계 및 기타 사무직’이 10.2%, ‘교육 전문가 및 관련직’이 7.7%로 업종별 응답 순서와 비슷했다. 권유하다는 이 같은 ‘가짜 3.3’ 노동자가 1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상균 권유하다 초대 위원장(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사 과정에서 ‘알바는 원래 3.3으로 하는 거 아니냐’는 청년들의 반문에 충격을 받았다”며 “대부분 알고 있더라도 해결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할 수 있을지 꿈만 꿔야 한다며 한탄했다”고 했다.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초대 위원장(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 3.3 노동실태 연구조사 노동개혁과제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사진 크게보기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초대 위원장(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 3.3 노동실태 연구조사 노동개혁과제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인 이상 50인 미만’이 48.4%로 가장 많았다. ‘5인 미만’이 26.4%, ‘50인 이상 300인 미만’이 20.5%로 뒤를 이었다. ‘300인 이상’은 4.7%에 그쳤다. ‘가짜 3.3’ 노동자 10명 중 7~8명은 이 같은 계약을 구직과정 이후에야 알게 됐다. 채용공고 등 구직과정 이후에 4대보험 미가입을 인지했다는 응답은 73.6%, 근로소득세 미납부를 인지했다는 응답은 81.4%였다.

‘가짜 3.3’ 노동자들은 대부분 노동자성이 명확했다. ‘직장에서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근무한다’는 응답은 76.3%, ‘업무 수행 시 발생하는 문제는 사업주 판단으로 처리한다’는 응답은 83.9%, ‘사업주가 설정한 방향에 따라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다’는 응답은 80.0%였다.

이 같은 사각지대에서 ‘가짜 3.3’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재직 중 불이익·어려움은 ‘낮은 급여’가 58.8%로 가장 높았고 ‘가산수당 미지급’(53.8%) ‘휴가가 보장되지 않음’(52.3%) 등 기본적 노동법도 지켜지지 않았다. 퇴직 후 우려되는 점도 ‘퇴직금이 적거나 없다’(35.6%)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19.1%) 등 기본적인 노동자성 문제에서 비롯됐다.

‘가짜 3.3’ 계약을 통해 사업장의 노동자를 근로기준법 미적용 기준인 ‘5인 미만’으로 유지하는 업체도 늘어났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국세청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5인 미만 사업장에 등록된 사업소득자 수는 2017년 897명에서 2021년 1551명으로 72.9% 늘었다. 근로소득자는 5인 미만이지만 사업소득자를 더하면 5인 이상이 되는 사업체도 많았다. 특히 사업소득자를 더하면 300인 이상이 되는 5인 미만 사업장 수는 2017년 130곳에서 2021년 250곳으로 92.3% 폭증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 3.3 노동실태 연구조사 노동개혁과제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 3.3 노동실태 연구조사 노동개혁과제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진우 권유하다 위원장은 “국세청과 노동부가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사업장 규모와 계약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하며, 근로기준법 회피 및 위장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관의 조사원칙을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강은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가짜 3.3은 노동관계법령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라며 “다수의 노동관계법 위반 가능성이 높으므로 수시감독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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