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강연’ 모집글만 콕 찍어 삭제한 ‘에브리타임’

윤기은 기자

가입자 600만 대학생 커뮤니티

페미 동아리 게시물 일괄 삭제

여성·성소수자·이태원 참사 등

평소 혐오글·댓글 방치와 대조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이 페미니즘 동아리에서 올린 토론 모임 신청자 모집 게시글을 일괄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성소수자·외국인 등을 향한 혐오 게시글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던 에브리타임의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서페대연)가 지난 24일 7개 대학 에브리타임에 올린 ‘<대학에서 페미로 살아남기> 서페대연 페미니스트 미리대학’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이튿날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브리타임은 서페대연 회원들에게 “커뮤니티 운영 시스템에 의해 작성이 제한됐다”는 알림을 보냈다. 작성자에게는 사흘간 게시글을 올릴 수 없는 ‘작성 제한’ 벌칙도 내렸다. 페미니즘 토론 모임 모집 게시글이 일괄 삭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페대연은 지난 20일에도 같은 내용의 게시글을 7개 학교 게시판에 올렸지만, 이 역시 이튿날 삭제됐다. 에브리타임 운영진은 당시 작성자에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커뮤니티 이용 규칙을 위반하거나, 타 이용자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 게시물이 삭제되고 서비스 이용이 일정 기간 제한된다”는 공지를 보냈다. 2021년 9월에도 동아리 회원을 모집하는 글이 같은 이유로 삭제됐다고 했다.

에브리타임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보낸 e메일에서 “홍보게시판 외에는 일체의 홍보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페대연은 이용약관을 지켰다는 입장이다. 정영은 서페대연 대표는 “인권이나 기후위기 토론 모임, 봉사활동 동아리 회원 모집 등 게시글은 삭제조치되지 않았다는 점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에브리타임상에서 ‘페미니즘’이 삭제조치의 표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에브리타임은 가입자 수가 600만명에 육박하는 대형 커뮤니티임에도 혐오성 게시글과 댓글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도 각 학교 에브리타임에는 여성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을 비방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남아 있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이번 삭제조치는 ‘에브리타임에서는 페미니즘 글을 올릴 수 없고, 적절한 글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과 다름없다”며 “혐오 댓글을 방치하면 에코 체임버 현상(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정보 및 뉴스를 공유하면서 그 생각이 더욱더 강해지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영진은 사회적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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