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파문

인사 검증 ‘질문서 보강’한다는 대통령실…‘부실 답변’은 어떻게 막나

이유진 기자

답변 재검증 등 검토…‘거짓 기재’ 적발해도 책임 못 물어

투명하지 않은 검증 과정 그대로…“인사시스템 손질 필요”

정순신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57·변호사)의 사전 검증 때 ‘아들 학교폭력’ 문제를 걸러내지 못해 부실검증 비판을 받는 대통령실이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 보강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질문서 보강만으로는 반복되는 인사참사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질문의 충실성’이 아니라 ‘검증의 충실성과 투명성’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고위공직자 예비후보자에 대한 사전 질문서 문항을 보강하고, 답변 내용을 ‘재검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공직 후보자 사전 질문서 내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행정소송이 있습니까’라는 문항에 정 변호사가 ‘아니요’라고 답해 아들 학폭 문제를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있냐는 질문으로 이해했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그러나 당사자가 답변서를 사실과 다르게 적거나 부실하게 기재해도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전 질문서에 ‘답변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으나 처벌 조항도, 처벌의 법적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고위공직자 후보 질문서인 130여쪽 분량의 ‘국가안보지위를 위한 질문지(SF86)’에는 의도적으로 사실을 위조·은폐할 경우 형법에 따라 벌금형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공직 후보자 사전 질문서가 대폭 강화됐음에도 이번 인사참사가 발생한 것만 봐도 ‘질문서 보강’은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는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자녀로 한정했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대상을 손주·증손주 등 직계비속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10월 대통령실이 공개한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총 59쪽)에는 11개 주제, 169개 질문이 담겼다. 여기에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까지 신설해 ‘송곳 검증’을 예고했으나 인사참사를 막지 못했다.

최재혁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질문서만 강화한다고 현행 인사검증 시스템의 실패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며 “고위공직 후보자의 검증 항목과 통과 기준, 검증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간사는 “밀실 인사가 계속되는 한 인사 실패는 도돌이표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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